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65만 명 늘어났지만 상당수가 공공 및 노인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7개월 연속 5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고용 회복세를 말하지만 ‘나 홀로 자영업자’와 일용직 등 취약 계층의 일자리 여건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 허리’인 제조업과 30대의 고용 타격도 장기화하고 있어 일자리의 질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74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만 2,000명 증가했다. 9월에 이어 2달 연속 60만 명대 취업자 증가세다.
다만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수는 지난달 35만 2,000명 늘어나 증가한 전체 취업자의 절반이 넘었다. 공공 일자리 등 정부 주도 일자리가 노인층에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3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4,000명 줄어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감소했다. 30대의 경우 지난달 ‘쉬었음’ 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3.0%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달 30대와 60대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의 ‘쉬었음’ 인구가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조치로 주춤했던 대면 서비스업에도 비교적 활기가 돌았다. 타격을 입은 대표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2만 2,000명 늘어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교육서비스업 취업자 또한 10만 8,000명 증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취업자 수가 코로나 발생 이전 고점인 2020년 2월 대비 99.9% 수준”이라며 “방역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까지 3만 6,000명 남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숫자’의 회복에 도취돼 있는 가운데 고용의 속내는 여전히 답답하다. 우선 증가한 일자리 가운데 절반가량인 30만 명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늘어났다. 지난 6월 20만 8,000명을 기록한 이후 8월(24만 3,000명), 9월(28만 명) 등 그 증가 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 일자리 사업에 따른 공공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코로나19 위기로 늘어난 경향이 있는 만큼 장기적·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취업자 수가 16만 3,000명 늘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큰 운수 및 창고업 또한 비대면·디지털 전환으로 늘어난 택배·음식배달이 주를 이룬다. 역시 ‘좋은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라 일컬어지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에도 1만 3,000명 감소해 3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8월(-7만 6,000명), 9월(-3만 7,000명)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10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1만 5,000명 감소한 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여전히 제조업 고용 시장은 얼어붙어 있는 셈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되면 제조업 일자리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 도매 및 소매업(-11만 3,000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5만 7,000명) 등의 업종에서도 여전히 고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과 달리 사회복지서비스업, 운수 및 창고업의 경우 공공·단기간 일자리 비중이 높은 산업”이라며 “전체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건강한 숫자’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 또한 지속되는 모습이다. 고용원 없는 ‘나 홀로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 5,000명 늘어나 33개월째 증가세인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2만 6,000명 줄어들어 35개월째 감소세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백신 접종률 상승 등 취업 회복에 긍정적 요인이 있으나 신규 확진자 증가, 산업구조 변화 등 부정적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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