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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요소수, 문제는 공급인데… 수요 통제로 현장 '혼선'

판매 않는 주유소에 화물차 혼란 가중

"생계형 운전자에겐 요소수 절대 부족"

한중회담 앞두고도 보고 못받아 '뒷북'


정부가 요소수 품귀에 따른 물류 대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11일 요소·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경제위기 등으로 물품 공급이 부족해져 국민생활에 큰 피해가 생길 때 내려집니다. 1976년 물가안정법이 제정된 이래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시행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연말까지 요소수의 판매처와 판매량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승용차는 대당 10ℓ까지, 화물차·건설기계·농기계 등은 대당 30ℓ까지 주유소에서만 요소수를 살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나 대형마트를 통한 사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소수 생산·수입·판매업자는 생산·재고량 등을 다음날 낮 12시까지 매일 환경부 전산시스템에 신고해야 합니다.

결국 정부가 요소수의 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요부터 제한하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량용 요소수를 파는 주유소를 찾기도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일부 대형 화물차에는 요소수 30ℓ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부가 위기관리에 실패해 놓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12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국내 보유 차량용 요소수 물량이 5개월치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민관 협업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에 따라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국에서 최대 2.9개월분의 차량용 요소수 물량을 추가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확보한 물량은 전국 시·도청이나 민간 구급차 등 긴급 수요처에 우선 배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주유소에서만 요소수를 살 수 있지만 판매하는 주유소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울·완도·평창 등을 오가는 화물차 운전자 양모(55) 씨는 “평창에서 서울까지 오는 길에 요소수 있다는 주유소를 굳이 우회해 들러서 요소수 10ℓ를 겨우 넣었다”며 “매번 운행 구간이 달라 고정 거래 주유소가 없으니 요소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장거리 차량은 전국 주유소 중 요소수가 있다는 곳에 들를 수 있지만 고정 운행 차량은 이마저 어렵다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큰 화물차에 요소수가 최대 60ℓ까지 들어가는데 30ℓ로 구매량을 제한한 것은 정부가 그만큼 정신이 없다는 것”이라며 “생계형 화물차 운전자들은 얼만큼 거리를 달리느냐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요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입구에 설치된 요소수 판매 간판에 엑스 표로 테이프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위기관리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사태를 키워놓고 수요를 통제하면서 국민의 불편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관세청 격인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달 11일에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고시했지만 주무 부처인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1일에서야 해당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도 요소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된 상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중국 현지 요소수 업계에서는 지난 9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부와 현지 공관에 해당 사실을 전달했지만 정부는 그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는 요소 수출 통제를 비료 문제라고만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일에서야 관계부처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전략물자의 수입선을 미리 다변화해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와서 얘기해봐야 소용없다”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단기적으로 매점매석을 막되 장기적으로는 외국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업체의 생산을 지원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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