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매끄러운 주행감, 꽉 채운 첨단기술까지. 지난 4일 제네시스가 출시한 첫 전용 전기차 ‘GV60’을 타고 하남에서 가평까지 왕복 80㎞ 거리를 주행한 뒤 느낀 소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전기차 선택지는 매우 다양해졌다. 하지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경우 제한적인 제품 라인업과 높은 가격 등에 가로막혀 성장이 더뎠다. 제네시스는 이 시장에 GV60을 선보이며 사전계약 1주일 만에 1만대를 돌파,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GV60의 외관은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기차에 적합한 기능성을 고민했다. 이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상징이 된 두 줄 디자인의 쿼드램프는 GV60에도 살아있다. 다만 GV70, GV80 등 다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과 달리 ‘크레스트 그릴’을 램프 아래쪽으로 내린 점은 눈에 띈다. 차량 하부의 배터리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상단부 전체를 감싸는 ‘클램셸’ 후드로 구분선을 최소화하는 등 전체적으로 전기차 특유의 간결한 이미지도 살렸다. 또한 기존보다 두께를 80% 줄인 새로운 제네시스 엠블럼이 GV60에 처음 적용됐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안면인식 키’ 기능을 사용해봤다. 스마트키 없이도 기존에 등록해둔 얼굴을 인식시켜 차 문을 열 수 있는 기능이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GV60에 적용됐다. 운전석 손잡이를 터치한 뒤 운전석과 그 뒷좌석 사이에 카메라를 응시하면 초록색의 동그라미 조명이 켜지며 차 문이 열리는 식이다.
GV60에 적용된 첨단 기술들은 차량 공개 직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안면인식 키 기능을 활용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현대차그룹의 최신 기술은 다 모았다”는 평가를 실감할 수 있다. 운전석 정면에는 계기판과 중앙 터치스크린이 길게 이어진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배치돼 대부분의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지문을 등록해두면 스마트키 없이 시동을 걸 수도 있다. 시동을 켜면 투명한 구(球) 모양의 ‘크리스탈 스피어’가 회전하면서 변속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동이 꺼졌는지 켜졌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편의성은 물론, 실내의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는 포인트다.
운전을 시작하자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모두 가속과 제동이 급격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뤄졌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무게중심이 낮게 깔리며 주행의 안정감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실내 정숙성은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듯했다. 프리미엄 모델에 걸맞게 이중접합유리를 충분히 사용해 조용한 실내를 구현해냈다.
속도감을 즐기고 싶을 때는 운전대 오른쪽 하단의 ‘부스트’ 버튼을 사용하면 된다. 10초간 출력과 토크가 최대치로 올라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초다. 시속 80㎞로 달리면서 부스트 버튼을 누르자 말 그대로 차가 튀어나가며 순식간에 속도가 시속 100㎞를 훌쩍 넘겼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사용하면 슈퍼카를 탄 듯한 가속감을 즐길 수 있었다.
시승 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능도 직접 사용해보니 제 몫을 한다. 갈림길이 가까워질 때면 실제 도로의 모습과 함께 가상의 화살표가 나타나 가야 할 방향을 보다 명확하게 알려준다. 다만 실내를 꽉 채운 첨단 기술은 사람에 따라 GV60의 단점이 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제공되는 시각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GV60은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답게 디자인이나 주행성능 등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좁은 실내 공간과 퍼포먼스 모델 기준 368㎞에 불과한 주행거리는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지금 계약하면 출고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구매를 결정하기 전 고민해야 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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