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연말·연초 초저가 스마트폰·태블릿 제품군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고가 시장에서 폴더블을 앞세워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이 중저가 시장에서는 초저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의 도전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갤럭시A13 4G·5G 모델과 갤럭시A03, 갤럭시탭A8의 전파인증을 받았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 제품들을 글로벌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A 시리즈는 앞자리 숫자가 낮을수록 가격이 저렴하다. 갤럭시 중저가 제품군인 A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싼 모델의 출시를 준비하는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미국 전파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모두 출고가가 200달러(약 23만 원) 내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갤럭시A03은 갤럭시 스마트폰 전 제품군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다. 갤럭시A13은 롱텀에볼류션(LTE)만 지원하던 전작과 달리 5G 모델을 출시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앞서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CX실장 부사장은 ‘2021 인베스터 포럼’에서 “내년부터 갤럭시A 시리즈 전 모델에 5G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외에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CT(정보통신기술) 전시회 ‘CES 2022’에서도 갤럭시S21 FE(팬 에디션)를 선보일 전망이다. FE는 갤럭시S 시리즈의 보급형 모델이다. 연말·연초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중저가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라인업 강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날로 거세지는 중국의 압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7%를 기록했다. 시장 1위는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42%에서 1년 사이 5%포인트 떨어졌다. 샤오미·ZTE·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벌이며, 지난해 3분기 8%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21%로 키운 탓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저가 제품 출시는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난에 고급형 제품을 시장 수요만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처’인 글로벌 통신사들의 저가 제품 출시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A시리즈를 내놓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로인해 삼성전자가 갤럭시A 제품군을 글로벌 출시하더라도 공급량과 대상 지역은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저가 제품보다는 폴더블을 한 대라도 더 만들어 파는 것이 이득”이라며 “A시리즈보다는 3월로 예상되는 갤럭시S22 출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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