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 데 이어 일자리 시장에도 대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기계 등 전통 산업의 쇠락으로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구직자들이 플랫폼 산업으로 몰려가는 모습이다. 특히 청년층인 ‘2030’과 여성 구직자들이 플랫폼 산업으로 대이동하면서 국내 플랫폼 노동자 2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반면 조선·기계 등 전통 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18일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 실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2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만 15~69세)의 8.5% 수준으로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179만 명(7.4%)보다 41만 명 급증했다.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플랫폼 노동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 종사자 등 플랫폼에 중개비를 내고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66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6%로 조사됐다.
플랫폼 노동시장이 커지면서 2030과 여성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대거 이동한 것이 눈에 띈다.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 청년 비율은 55.2%로 전체 취업자 중 청년 비율(34.7%)보다 무려 20.5%포인트나 높다. 플랫폼 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도 46.5%로 전체 취업자 가운데 여성 비율(42.8%)보다 높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앱을 쓰는 라이더는 지난해 10월 13만 명에서 올 10월 44만 명까지 2.4배 늘었다.
반면 전통 산업인 조선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조선업 근로자는 지난 5년 동안 1만 명 넘게 줄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7년 10만 9,901명이었던 조선 인력은 올 10월 기준 9만 2,839명이 됐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 불황에 조선업 종사자들이 자발적·비자발적으로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최근 입사 지원율이 30%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 산업이 쇠락하는 가운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고 고용 시장 환경도 좋지 않다”며 “특히 젊은 층과 여성들은 취업이 안 되니 배달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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