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에서 파산 기업으로 전락한 칭화유니그룹이 알리바바의 품에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알리바바는 최대 메모리 수요 업체인 데다 칩 설계 수요도 많아 시너지가 날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에 밉보였던 알리바바로서는 이번 인수로 당국의 부담을 덜어줘 관계 회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의 제재를 벗어나 반도체 굴기에 매진하는 중국이 알리바바의 지원으로 기술 자립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금력과 클라우드 및 반도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알라바바그룹이 이끄는 컨소시엄을 칭화유니 인수자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500억 위안(약 9조 2,5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르면 오는 12월 거래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신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가 지난 9월 5일 투자 의향자를 모집할 당시 민간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알리바바를 비롯해 국유기업 6곳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알리바바는 데이터센서·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버에 탑재될 수 있는 5나노 칩을 설계하는 등 칩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알리바바의 칭화유니 인수를 두고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적 측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금융 당국을 공개 비판한 후 앤트그룹 상장이 무산되는 등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아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리바바의 위상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칭화유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1988년 설립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하는 사실상의 국유 반도체 기업으로 지난해 6월 기준 부채가 2,029억 위안(약 3조 7,536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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