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전기차여도 벤츠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GLA를 전동화한 모델이자 벤츠 EQ 시리즈 두 번째 차량인 EQA 250에는 탑승객을 기분 좋게 하는 우아함과 화려함이 깃들어있다. 내연기관차의 역사를 건너 뛴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문법을 깨고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벤츠는 자신이 가진 역사에 기반해 전기차의 장점을 녹여냈다. EQA에는 벤츠만의 화려한 디자인, 매력적인 주행 감각, 첨단기술이 모두 담겨 있다.
외관은 매끄럽고 우아하다. 내연기관 모델인 GLA 250는 곡선 위주의 디자인을 채용했지만 직선 그릴을 적용해 강인한 느낌을 간직했다. 반면 EQA는 매끈한 소재의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면을 쭉 이어 부드러운 느낌을 살렸다.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광섬유 스트립은 풀 LED 헤드램프의 주간 주행등과 이어져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조약돌처럼 모 난 부분 없이 단단해보이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실내 디자인은 GLA를 계승하되 미래차 느낌을 더했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이어져 운전자를 감싸고, 벤츠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터빈형 송풍구가 전면에 자리잡고 있다. 보조석에는 픽셀 모양의 백라이트 트림을 탑재해 미래차 이미지를 강조했다.
EQA는 운전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한 차다. 차의 시동을 걸고 10분만 주행해도 이같은 EQA의 지향점을 느낄 수 있었다. 차 내외의 소음은 최소화했고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했다. 벤츠는 전기차가 주는 최소한의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해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전기 파워트레인 내부에 있는 1단 변속기의 기어 내 미세구조를 개선해 부드럽게 작동하게 했으며, 저주파 배경 소음이 없어 고주파 소음이 들리는 것에 대비해 배터리팩을 차 앞뒤에 나눠 배치했다.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능은 잘 갖춰져 있지만 개입을 최소화했다.
주행질감도 부드럽다. 일부 전기차는 효율적인 동력 전달을 자랑하듯 보조석에 탄 사람이 멀미가 날 만큼 빠른 가속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EQA는 가감속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가속력을 조절했다. 회전 시에는 차량 바닥에 깔린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잡아 좌우로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EQA가 마냥 ‘착한 차’인 것만은 아니다. EQA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통틀어 일반 주행과 스포츠 모드의 차이가 가장 극적인 모델 중 하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자 엑셀을 밟기 무섭게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평소에는 편안히 주인을 모시는 품격 있는 종마이지만, 언제든지 내달릴 수 있는 경주마의 본성을 감춘 것이다.
5,000만원대라는 뛰어난 가성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 트림인 A/T는 5,990만원에 시작하고 △AMG 패키지 트림이 6,490만원 △AMG 패키지 플러스가 6,790만원이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기준에 맞춘 결과 유럽 판매가격보다 1,000만원 정도 저렴하다. 벤츠의 ‘삼각별 감성’을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기아의 EV6와 비슷한 가격대로 느낄 수 있으니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전기차 전용 기술 부족은 벤츠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QA에는 차량의 배터리 전력을 외부에 끌어다 쓰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빠졌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차박을 할 때 경쟁 차량인 아이오닉5, EV6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회생 제동 질감도 다소 어색하다. EQA는 회생제동을 5단계(자동 포함)로 조절할 수 있는데,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한 D-- 수준으로 둘 경우 엑셀에서 발을 뗐을 때 차가 급하게 선다는 느낌이 들었다. 환경부 인증 기준 306㎞로 동급 전기차 대비 짧은 주행거리 역시 다음 모델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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