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기차 배터리 안전 평가 기준이 곧 국제 기준이다.”
지난 19일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자리한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다음 달 본격 가동을 앞둔 배터리시험동에서 만난 이정기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평가연구실장은 “이곳에서 배터리 충격 시험 등 국제 기준상의 10개 항목보다 강화된 12개 항목의 평가 시험을 통해 전기차 결함 분석과 제작사 기술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빛그린산단 내 2만 9,916㎡ 부지에는 친환경차 안전 인증과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배터리시험동·충돌시험동·충격시험동 등 3개 동이 구축되고 있다. 가장 먼저 운영에 들어갈 배터리시험동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구동축전지에 대해 침수·압착·진동·충격 시험 등을 진행해 발화·폭발과 같은 안전성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공간이다. 이를 위해 전체 8개 시험실 가운데 네 곳은 배터리 화재나 폭발에 대비하기 위한 방폭 구조도 갖추고 있다.
가장 기본을 이루는 구동축전지 충격시험실에서는 친환경차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관성 하중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이뤄지고 있었다. 시험실 바로 옆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연구원이 가속 하중 등 조건을 설정해 시험품에 충격을 가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험품이 3m 길이의 트랙 위를 급가속해 충격을 받아도 폭발이나 변형이 이뤄지지 않아야 평가를 통과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이곳에서 화재 시험도 가능해진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만큼 전기차는 물론 버스를 대상으로 한 실차 화재 시험이 이뤄질 수 있다. 직경 28m, 높이 13m 규모의 화재 시험 체임버에서는 구동축전지를 직접 연소해 3시간 동안 폭발 여부를 관찰한다. 이 실장은 “실제 차량을 활용해 지하 주차장, 터널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전기차 안전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돌시험동과 충격시험동도 내년부터는 운영을 시작한다. 충돌시험동은 친환경차의 충돌 시 승객 보호는 물론 고전원 배터리의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한 공간이다. 차대차 충돌 시험과 100㎞/h의 충돌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 충격시험동에는 옆문·천정 강도 시험 장비 등 운전자의 안전을 좌우하는 부품의 구조 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 추가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의 차체 강도도 시험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부품인증센터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보다 원활하게 시험을 수행하려면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다. 현재 이곳에서 시험을 진행하는 연구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2인 1조가 원칙이기 때문에 설비를 갖추고도 인력 부족으로 인증·평가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실장은 “통상 차 한 대를 시험하는 데 한 달 이상이 필요하다”며 “연구원 20명은 있어야 수요에 맞춰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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