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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미국이 삼성 챙기는건 기술 때문…반도체 주도권 잃으면 찬밥신세"

■'반도체 전문가' 권오현의 고언

韓 기업 20년 전과 큰 변화 없어

시스템반도체서 1위 거머쥐려면

M&A·R&D로 규모의 경제 이뤄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서울경제DB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고 권오현(69·사진) 전 삼성전자(005930) 회장(현 상임고문)이 조언했다. 권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위한 제2공장을 만들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존재감을 넓혀가는 행보와 궤를 같이해 눈길을 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권 고문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발간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고문은 반도체산업협회 제6대(2008~2011년) 협회장이다. 권 고문은 특별 인터뷰에서 “시스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정의부터 잘못됐다”며 “다품종 대량생산 비즈니스인 시스템 반도체는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 대응이 가능한) 큰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크게 성장한 인텔이나 퀄컴의 사례를 들며 “한국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은 소수를 제외하면 1,000억~2,000억 원 규모에 머물고 있다”며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권 고문은 그렇기에 이전과 같은 방식, 즉 중소기업에만 초점을 맞춰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접근하면 기대한 만큼 성과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분업화는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를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내 팹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삼성이나 TSMC의 기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자립 움직임을 잘 활용하면 기회가 생긴다.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언제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기술이며 기술을 잃어버리면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엔지니어 출신 전문 경영인인 권 고문은 지난 2004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2008년 반도체사업부 총괄사장을 거쳐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에 오른 뒤 이후 5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직을 끝으로 지난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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