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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EU와 연대하지 않으면 '반도체 코리아' 무너진다[양철민의 인더스트리]

대외연구원 "반도체 원천기술 보유 국가와 연대 강화해야"

SK의 中 공장 고도화 美 반대로 무산되는 등 리스크 현실화

반도체 장비 수입 의존도 日(39.3%), 美(21.9%) 순

EUV 장비는 미국과 연대한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

원천기술 확보 외에 동맹국과의 외교적 노력 필요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반도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D램 생산공장에 ASML이 제작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을 가로막는 등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지난 2012년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해 EUV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관련 장비 수출 시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탈(脫) 중국’ 전략을 기반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서지 않을 경우 ‘반도체 코리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4일 ‘오늘의 세계 경제 -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전후공정 설비를 갖추고, 중국에 진출한 애플(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 이나 중국 현지 기업에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향후에는 이미 투자된 생산설비를 이용한 생산 및 유지는 가능할 수 있어도 중국 내 추가적인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는 중국 외 지역에 두게 하면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구도로 반도체 공급망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첨단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디지털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아 철저하게 신기술 접근을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칭화유니, SMIC, 화웨이 등을 통한 ‘반도체 굴기’를 꿈꾸고 있지만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의 글로벌 최상위권 반도체 장비 기업을 보유한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의 도움 없이는 언제든 ‘반도체 패권’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반도체 장비 중 도쿄일렉트론 등을 보유한 일본 비중이 39.3%(약 30억2,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이 21.9%(16억9,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소재 수입액은 총 92억2,400만 달러 규모로 일본(38.5%, 35억 5,000만달러)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중국(20.5%, 18억 9,000만 달러), 미국(11.3%, 10억4,600만달러) 순이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지난해 기준 수입량의 93.8%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본딩와이어(중국, 91.0%), 포토레지스트리(일본, 86.5%), 연마제(일본, 85.5%), 다이본드 페이스트(일본, 81.6%), 블랭크마스크(일본, 77.5%) 등도 사실상 일본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물론 중국은 한국 입장에서 가장 ‘큰 손’이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43.2%(약 412억달러)는 중국이 차지했으며 홍콩은 18.3%(약 174억달러)를 차지해 이들 중화권 국가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61.5%에 달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후공정(APT) 라인까지 갖춘 낸드플래시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며, SK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 생산 개시한 중국 우시공장을 통해 현재 전체 D램의 절반 가량을 해당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중국을 벗어난 반도체 공급망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아 미국의 대중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의 대중국 의존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핵심기술의 보안 및 보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공급망에 있어서 취약 분야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여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입 금액 자체는 높지 않으나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 공급망 안정화에 각별한 주의를 가져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자립화할 수 있도록 R&D에 대한 투자 및 인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며 “산업분야별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 지리적 리밸런싱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 일본, 대만 간의 반도체 동맹이 굳건해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대만과 긴밀히 협력해 발전했으며, 최근 미중간 패권경쟁으로 미·일·대만 반도체 동맹은 상호간 협력과 분업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원천기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동맹국과의 다각적인 외교 노력 또한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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