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진구의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광장극동 아파트가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노후화 및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이 시급하지만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고수하며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정비 업계 등에 따르면 광장극동 아파트는 지난달 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70.43점)을 받아 탈락했다. 광장극동 아파트는 지난해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D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광장극동 아파트가 결국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85~1989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긴 광장극동 아파트는 1차(448가구)와 2차(896가구)로 구성돼 1,344가구에 달한다. 대단지일 뿐 아니라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역세권에 한강 조망권을 갖춰 광진구 정비사업장 중 최대어로 꼽힌다.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발목이 잡힌 재건축 단지는 광장극동뿐만이 아니다. 2018년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긴 노후 단지들이 줄줄이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노원구의 태릉우성 아파트(1985년 준공)와 양천구의 목동신시가지11단지(1988년), 강동구 명일동의 고덕주공9단지(1985년) 등이 대표적이다.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후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6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여의도 목화, 서초구 방배삼호, 도봉구 삼환도봉 등 5개에 불과하다. 이에 내년 대선 이후로 안전진단 절차를 미루는 단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높아진 안전진단 문턱으로 재건축 사업이 정체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토부에 “재건축을 통한 공급의 필요성을 절감한 만큼 국토부가 권한을 가진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고려해달라”고 촉구했고,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도 노형욱 국토부 장관을 만나 안전진단의 합리적 기준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집값 안정화 차원에서 현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불리는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으로 나뉜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게 되는데 A부터 E까지의 5개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인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확정되고 D등급일 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2차 정밀안전진단을 거쳐야 한다.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나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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