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나 존슨앤존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업가치가 모두 삼성급이죠. 반도체·자동차·화학보다 더 큰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겨우 1%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23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중앙대편에서 “우리나라 의대와 병원에서도 기초의학자나 의사 과학자가 많이 나와 기술 사업화 바람이 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과 생태계를 합친 말)를 기반으로 항체 신약과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는 그는 2015년 졸업동기(배지수)와 함께 창업한 뒤 지난해 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현재 머크·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계하는 임상도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미국의 바이오사 제조사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서울의대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창업한 지도교수(서정선 마크로젠 회장)를 좇아 현장을 공부했고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 시절에도 의대와 병원에서 창업하거나 의사들이 제약·바이오사로 가는 것을 흔하게 봤다. 그는 “그것이 제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며 “우리나라도 의대와 병원의 패러다임 변화라든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에서 어떤 투자를 받느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다”며 “다행히 처음에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투자를 받아 2년 정도 버텼다. 이어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라든지 비즈니스 학회들을 가게 됐다”고 소개했다. 당시 어떤 분야가 뜨거나 안 좋아질 것인지 예측을 전혀 할 수 없었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도약의 계기를 잡은 것은 글로벌 회사나 삼성 등 큰 기업 출신의 경영이나 연구개발 인력이 합류하면서다. 그는 “이들은 신약을 만들고 특허를 팔아봤던 경험이 있다. 이들을 통해 머크, 화이자 등과 공동개발 하고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창업 과정에서 기술개발 못지 않게 국내외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자폐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싸이오토 바이오테크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9월 실리콘밸리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탁생산(CMO)하는 리스트랩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교수는 “상장 이후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헤쳐나가기 위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며 “연구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임상 쪽에 어떤 파트너가 가능할지, 어떻게 산업화할 수 있을지 네트워킹과 파트너십도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고령화에다가 소득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반도체·화학·자동차보다 더 큰 이 시장에서 상위 50개 제약사를 보면 스위스 3개, 아일랜드 2개, 벨기에·덴마크 1개씩이나 한국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서 혁신 신약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때가 돼 글로벌 기술의 흐름과 대형 제약사들의 관심사항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수, 학생이 창업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비전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에 기술의 배경과 특징, 계획, 자금, 팀 구성, 산업 흐름을 요약해 한 장으로 만들어 벤처캐피탈을 찾아 다녔다”며 “파트너와 역할분담도 잘하고 지분이나 계약서에도 익숙해지고 투자 방향도 잘 잡아야 한다. 특히 멘토를 잘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기업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보람도 크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의대, 공대, 자연대 등이 어우러지는 창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