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투자에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정부 차원에서 “삼성과 협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끌어내면서 반도체 정보 제공 이슈를 해소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3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로 선정한 것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브라이언 디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 보호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대 우선 과제”라며 “오늘 삼성의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공급망을 보호하고 생산 기지를 부활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만들어내고 다시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역시 별도 성명을 통해 “삼성의 투자 결정에 매우 기쁘다”며 “반도체 생산 시설 확충은 경제 안보를 위해 절대적이고, 삼성을 포함한 반도체 생산 업체와 협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영업 기밀을 포함한 경영 정보를 요구하자 산업계에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이번 신규 투자를 계기로 미국이 삼성에 우호감을 드러내면서 관련 이슈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는 투자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스킨십도 주효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과 연방의회 의사당을 찾아 현지 고위급 정계 인사들을 잇따라 면담했는데 설리번 보좌관과 디스 위원장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반도체·공급망 복원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주도했던 인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