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재건축으로 불리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서울 정비 사업의 화두로 떠오르며 참여 검토 단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란히 위치한 강남 대형 단지 2곳이 손익과 관련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빠른 속도’는 장점이지만 반대 급부로 인한 이익이 불명확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2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반포4차 조합은 최근 신통기획에 대한 내부 검토 끝에 현 상황에서 참여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합은 서울시 관계자와 면담을 병행하며 사업 참여 시 장단점을 분석했는데 현 시점에서는 신통기획 참여에 따른 이득보다 우려할 점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반포4차 조합은 최근 조합장 명의로 전한 신통기획 관련 입장문을 통해 “신통기획에 참여할 때 조합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확정할 수 없다”며 “층고 완화나 용적률 상향 등 조합의 이익이 확실하게 공시된 것이 없고 조합 이익 발생 시 서울시에서 요구할 내용(임대 가구 규모 등)도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점인 ‘빠른 속도’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볼 때 우리 조합은 주민 공람 단계까지 왔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신통기획’에 참여해 새로 시작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서울시 관계자도 지금 신통기획을 접수해 준비하는 기간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반포4차는 지금 진행하는 페이스로 갈 것을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자체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참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이익이 가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반포로를 사이에 두고 인근에 위치한 신반포2차는 ‘속도’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신통기획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조합 설립에 성공한 신반포2차는 추진위 과정에서 뒤진 사업 속도를 만회하기 위해 신통기획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전체 대의원(108명) 중 80%가량이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조합원 동의서를 받고 있다. 사업 속도의 이점에 용적률 인센티브 등까지 더하면 내홍을 겪는 조합원 간 의견을 조율하는 데도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두 단지는 각각 1,212가구(신반포4차), 1,572가구(신반포2차)의 대단지다. 비슷한 입지를 갖춘 데다 규모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거래가도 전용 105㎡ 기준 31억 5,000만 원(신반포4차/7월), 32억 원(신반포2차/4월) 수준으로 비슷하다. 강남권의 다른 단지들도 이들과 같은 이유로 신통기획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이곳이 ‘대조군’으로서 다른 단지들의 검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강남구 압구정3구역, 은마아파트 등 강남 대형 정비 사업장에서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체 주민들의 의견이 일치된 수준은 아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공공 주도 정비 사업에 비해 신통기획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추진에 대한 이익이 어느 정도 될지 살펴보는 단계”라며 “개별 단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이 담보된다’는 점을 보여줘야 실질적으로 강남권 단지들도 뛰어드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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