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코로나발 유동성 파티에 취해 있던 대출 시장에 고통의 시간이 엄습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상단 기준 각각 6%, 5%대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과 함께 가계 대출자들의 연간 이자 부담이 17조 5,000억 원이나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1명만 ‘동결’ 의견을 냈다.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은 1년 8개월 만이다. 한은은 지난 8월 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이주열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 불균형 위험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로 유지하는 대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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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현재의 금융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이번 인상으로 경기회복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금리는 금융 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일정 등을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1분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내년 1월 14일과 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한은이 매파 성향을 감추지 않으면서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3.21~5.25%, 신용대출은 2.91~4.63%였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에다 내년도 한미 긴축의 속도 등을 감안하면 최고 금리 기준으로 각각 6%와 5%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가계의 이자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분(총 0.5%포인트)에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변화 폭 예상치(1.3%포인트)를 감안하면 올해 가계 대출금리가 총 1.03%포인트 오르고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17조 5,000억 원, 가구당으로는 149만 1,000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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