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겨울 최대 전력 수요를 전년 대비 3.1GW(기가와트) 가량 높은 93.5GW로, 최대 전력공급량은 6.9GW 가량 높은 110.2GW로 각각 전망했다. 전력 수요 증가분 대비 전력 공급분을 2배 이상 늘리며 ‘전력공급 불안’은 없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냈다. 정부는 올 여름만 하더라도 전력공급 차질 우려로 정비 중인 원자력 발전소3기를 긴급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반면 올 겨울에는 발전소 정비 최소화 등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며 ‘탈원전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낮아졌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다만 신재생 발전 비중이 향후 가파르게 증가하는데다,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및 탈원전 이슈 등으로 전력공급 관련 우려는 향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겨울철 전력수급 계획을 통해 올해 ‘기준전망’ 시 전력수요는 90.3GW내외, ‘상한전망’ 시 수요는 93.5GW로 각각 분석된다고 밝혔다. 기준전망은 최근 30년간 매년 전력피크 주간 기준 하위 10개 연도의 평균기온(영하 5.4도)을, 상한전망은 같은 기간 매년 하위 3개 연도의 평균기온(영하 9도)을 각각 적용해 산출된다. 최대전력은 1월 셋째 주에, 최저예비력은 공급능력이 감소하는 12월 둘째 주에 발생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정부는 올 겨울 전력공급 최대치가 전년 대비 6.9GW 늘어난 만큼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전력공급 확대는 원전 가동률 증가와 관련이 깊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월성 4호기가 두달 일정으로 정비에 들어간 것을 비롯해, 올 겨울 월성 2호기·한빛2호기·한울6호기·고리2호기 등 총 5기의 원전이 시차를 두고 정비를 받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이 24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원전 가동률은 80%대에 이를 전망이다. 원전 가동률은 지난 2018년 65.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9년(71.6%)과 2020년(75.3%)에 다시금 증가하며 ‘탈원전 정부’하에서 원전의 역할이 되레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보급 중인 태양광 발전의 경우 올 겨울 전력공급 효과가 미미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전체 설비용량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의 피크 기여도는 0.4%에 그쳤다. 폭설과 강추위로 태양광 패널 위에 눈이 쌓인 데다 기온까지 떨어져 태양광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숨겨진 태양광’의 전력수요 분산효과 또한 겨울철 전력 피크시간은 오전 10~11시인 반면, 태양광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1~2시인 만큼 여름철과 달리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전력외 시장의 태양광까지 감안하면 겨울철 태양광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량을 추계한 결과, 실제 피크시간 총수요 중 태양광발전 비중은 겨울철 평균 약 8.0%로 추산된다”며 “겨울철에도 한전PPA·자가용 태양광발전이 총수요를 상쇄함에 따라 전력피크 시간의 이동 현상이 발생했으며, 전력수요 분산효과 또한 산업용 난방수요가 증가하는 10~11시의 전력소비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겨울철 원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9차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신재생이 전체 발전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20.8% 수준이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통해 신재생 발전 비중을 30.2%로 늘려 잡았다. 원전은 상시 가동한 ‘기저전원’인 반면 신재생은 ‘발전 간헐성’ 문제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보조장치가 필요한 ‘반쪽짜리’ 전력원이다.
무엇보다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 문제는 겨울철 더욱 도드라 진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운데 태양광은 73%에 달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발전량은 54%에 불과하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중 태양광발전의 비중은 70% 이상이지만, 겨울철 발전 비중은 35% 수준이다. 풍력 의존도가 높은 영국이나 수력 의존도가 높은 노르웨이 등과 달리 태양광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겨울철 신재생 발전 간헐성의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예상치 못한 전력공급 차질 및 전력수요 폭증 등으로 전력수급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는 지난해 겨울철 전력 공급능력 최대치를 103.3GW로 전망했지만, 실제 공급치는 99.5GW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력예비율은 올 1월 7일과 8일 이틀 연속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했으며, 대체연휴가 끝난 지난달 5일에도 전력예비율이 9개월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한편 정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맞춰 올 겨울 전체 석탄발전기 53기 중 8~16기의 가동을 정지할 예정이며,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화력발전소 출력을 80%까지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최대 46기 발전소에 적용할 방침이다. 또 내달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를 ‘겨울철 전력수급대책 기간’으로 정하고,전력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수급대책 상황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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