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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종부세 고지서 뿌려놓고..‘2 대 98’ 갈라치기

납세 대상 2% 불과하다 했지만...갓난아기·학생까지 끌어 모수 부풀려

가구수 기준 6.4%...세입자 유탄 맞을 수도

집값 끌어올려놓고 "이 정도는 감당할 수준"





“국민의 98%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지난 22일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처했습니다. 브리핑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 첫 줄에는 ‘종부세 부과 대상은 전 국민의 2% 수준’이라는 설명을 적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세수는 전액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정부 재원으로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기재부가 내놓은 2021년 주택분 종부세 고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94만 7,000명에게 5조 7,000억 원이 부과됩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고지 대상은 42.0%(28만 명), 세액은 216.7%(3조 9,000억 원) 증가합니다. 주택과 토지를 합친 전체 종부세 납부자는 102만6,600명으로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과세 범위와 세액 모두 늘어난 데 따라 여론 반발이 예상되자 ‘상위 2%가 세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니 나머지 98%는 혜택을 누리면 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겁니다.

석연찮은 부분이 적잖습니다. 종부세를 부담한다는 국민이 2%에 그친다는 정부 추계는 전체 인구(올해 기준 5,182만1,669명)를 분모 삼았습니다. 종부세가 개인 단위로 부과되는 인별과세 체계임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 설명인데, 갓난아이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을 산출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세금을 내게 되면 부담은 전체 세대 구성원에 돌아갑니다. 이 때문에 분모에 갓난아이와 학생까지 넣는 식이라면 분자에도 과세에 따라 영향 받는 세대 구성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종부세 대상자 102만 7,000명에 평균 가구원 수 2.3명을 곱하면 236만여 명이므로 우리나라 총인구 수(5,182만 명)의 4.6%가 종부세의 영향권에 있는 셈입니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 수를 기준으로 보면 부담 수준은 더 높습니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94만 7,000명을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 수(1,469만 7,000명)로 나누면 6.4%가량 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지서를 받는 사람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집을 팔지 않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보유세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월세 거래가 늘고 있다”면서 “전세를 내주던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려 부담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월세 동향 등 다른 변수에 따라 전가 수준이 결정될 테지만, 종부세 납부 대상자뿐 아니라 세입자까지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 설명이 석연찮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2% 안에는 1가구 1주택자도 다수 포함돼있습니다. 정부는 전체 대상자에서 “1가구 1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대비 줄었다”고 말하지만 절대 수치로 보면 13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2,000명 늘었습니다. 세액도 불었습니다. 1주택자는 평균적으로 151만5,577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데 전년 대비 55.5% 증가한 규모입니다. 정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거론하며 2%가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할 이들로 묘사하지만, 주거 목적으로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까지 세금을 물려야 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무엇보다 종부세가 오른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 큽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19.08%로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세 부담을 키웠으면 그에 따른 합당한 설명을 내놓고 납세자의 조세 수용성을 높이는 게 우선 아닐까요. “종부세를 내는 것은 국민 2%”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부터 꺼내는 정부 행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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