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P 올렸습니다. 지난 8월 사상 최저였던 0.50%에서 0.25%P 인상한 지 3개월 만에 인상한 것입니다. 이번 인상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어졌던 0%대 제로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금리 인상 자체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었습니다. 먼저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두 번 인상해 1.0%까지 올렸어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성장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됐는데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가만히 놔뒀다면 오히려 더 완화 정도가 더 컸을 것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저해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현재 금리 수준이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을 정도로 완화적”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한은은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 그대로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3%로 올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3분기 성장률이 0.3%로 다소 낮았기 때문에 4분기에는 1.04% 성장이 필요한데 이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인한 민간소비 개선세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여기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로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물가 상방 요인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계속 끌고 갈만한 명분이 없다”라는 진단입니다. “이례적으로 완화적인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긴축(tightening)’이 아니라 ‘정상화(normalization)’”라는 설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상화인 만큼 통화 긴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기 위축 등 부작용도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금리를 내리기 전 수준인 기준금리 1.25%가 이 총재가 평가하는 정상화와 긴축의 갈림길로 보입니다.
이달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데다 연속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만큼 1.25% 선까지는 예측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런 만큼 시장의 관심은 내년 인상 시기였습니다. 이 총재는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가 간담회가 끝나기 직전 “내년 1분기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이번에 나온 가장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발언이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1월 14일과 2월 24일 두 차례 금통위로 좁혀집니다. 정치적 일정을 감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1월에 인상할 것으로 보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날 이 총재의 간담회를 지켜본 시장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인상 시기를 못 박진 않았지만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0%까진 올리지 않을 것은 확실해졌다는 후문입니다. 이에 금통위 전날인 지난 24일 2.013%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틀 연속 하락해 26일 1,863%까지 떨어졌습니다. 여러 일정상 2분기 이후에는 한은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리 추가 인상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내년 상반기엔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될 것인 만큼 대출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를 훨씬 앞서 오르고 있습니다. 한은이 지난 8월부터 두 달 동안 기준금리를 0.75%로 운영했는데 해당 기간 주요 지표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 0.27%P, 양도성 예금증서(CD) 0.31%P, 은행채 6개월 0.23%P, 은행채 5년물 0.51%P 등도 올랐습니다. 장기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38%P 올랐고,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0.65%P가 상승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속도에 비해서 대출금리가 더 빠르게 오른 셈입니다. 지표금리 상승 영향을 제외하면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부과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5일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된 만큼 지표금리가 더 오를 테고 가산금리도 더 부과돼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11월 전체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지표금리 상승이 앞으로 더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금리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만큼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금리가 0.25%P 오르면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 대비로 2조 9,0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0.50%P 올랐다면 5조 8,000억 원, 1%P가 오르면 11조 6,000억 원입니다. 1인당 이자 부담으로 살펴보면 0.50%P 올랐을 때 271만 원에서 301만 원으로 증가합니다. 이는 취약차주나 자영업자일수록 더 크게 나타납니다.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자 부담을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더욱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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