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금액이 지난 2분기보다 1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비트코인 등 가산자산 가격이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위해 해외 불법 송금이 늘었는데 이를 막자마자 카드 사용액이 급감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 직구 규모도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은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신용·체크·직불) 해외 사용 금액이 28억 8,000만 달러로 지난 2분기(33억 7,000만 달러) 대비 14.8% 감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7% 증가했다.
카드 해외 사용실적은 2019년 4분기(48억 8,300만 달러)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등으로 지난해 2분기 18억 7,400만 달러까지 급감했다. 이후 소폭 등락을 이어가다 지난 2분기 33억 7,300만 달러까지 늘었다가 3분기에 다시 줄어든 것이다.
한은은 카드사의 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 한도 관리 강화로 카드 해외 사용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분기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대비 20%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났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 해외 체크카드 이용이 전 분기 대비 72.8%나 급증한 바 있다. 국내 체크카드를 해외로 들고 나가서 ATM으로 달러를 인출한 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사 전자지갑을 이용해 국내 거래소에서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관세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적발된 가상자산 이용 환치기는 8,122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40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카드사들이 이와 같은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를 막기 위해 인출 한도를 강화하면서 해외 한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2분기 1,121원 20전에서 3분기 1,157원 40전으로 상승해 해외 직구 이용도 다소 줄었다.
다만 출국자 수는 전 분기보다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는 1,163만 7,000장으로 전 분기 대비 1.3% 늘었다. 장당 카드 사용 금액은 247달러로 전 분기 대비 15.8% 감소했다. 카드 종류별로는 체크카드(-38.1%), 직불카드(-31.7%) 등이 줄어든 반면 신용카드(0.5%)는 소폭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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