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제조업 5대 변수가 ‘타이거(T·I·G·E·R)’로 요약돼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불안정 등 각종 대외 변수로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선제적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주력 제조업의 5대 변수로 △세제(Tax) △인플레이션(Inflation)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환경 기준(Environmental standards) △규제(Regulation)를 꼽았다. 이들의 영문 머리 글자를 조합하면 T·I·G·E·R, 즉 ‘타이거’가 된다.
이 결과는 전경련이 반도체,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 섬유, 가전, 바이오헬스 등 10개 수출 주력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 설문을 바탕으로 낸 것이다.
우선 기업들은 정부의 세제 지원 정책과 규제 완화 여부가 내년 투자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설문에서 기업 경영 활동 우려 사항에 대한 질문에 ‘규제 및 경쟁 제한(30%)’을 가장 많이 꼽았을 정도로 업계는 과도한 정부 규제가 투자 결정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정책으로 기업 투자 활동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또 노동 유연성 제고를 위한 주52시간제 완화, 특별연장근로 확대 적용,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각종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원자재 수급 불안정에 따른 가격 상승(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심화는 물론 중국의 전력난 문제까지 직면하면서 유례없는 공급망 불안 문제를 겪었다.
설문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의 70%가 원자재 수급이 악화될 것으로 보았고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업계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미중 무역 갈등 역시 약간 악화될 것(70%)이라고 전망하는 업계가 가장 많았다.
아울러 업계는 탄소 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이 산업계 화두가 되면서 각종 환경 정책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 목표 합리화, 탄소 중립 기술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년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이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저 효과 감소, 각종 대외적 갈등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올해 조사 대상 업종의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4.7%, 수출액은 24.1% 증가해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내년은 기저 효과 감소로 수출액이 올해 성장률의 7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들이 혹독한 시장 환경을 견뎌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철강 업계는 글로벌 수요 둔화가 예상되고 가전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효과가 줄면서 올해보다 5~10%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세제 지원 등 투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원자재 가격 불안정과 공급망 차질의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재확산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며 “호랑이 해인 내년에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을 돌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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