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기회를 찾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잇따라 발길을 돌리면서 해외 주식·채권의 보관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26일 기준 외화증권 보관 금액이 1,021억 3,000만 달러(약 120조 원)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2년 말 96억 달러와 비교해 10.6배 폭증한 수치다. 지난해 6월 외화증권 보관 금액이 500억 달러에 도달한 지 불과 17개월 만에 덩치가 두 배로 불어났고 지난 3년 연평균 41.2% 성장세를 이뤘다. 예탁원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호황을 기회 삼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상품별로는 외화 주식이 3년 동안 연평균 100.3% 이상 늘어 전체 보관 금액 상승세를 견인했다. 반면 외화 채권은 지난 3년 연평균 4.4% 감소했다. 26일 기준 외화증권 보관액의 77.4%(790억 달러)의 주식이었다.
종목별 보관 규모 상위권은 미국 기술주가 싹쓸이했다. 지난달 말 기준 보관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테슬라로 총 148억 달러를 보관 중이며 이외 △애플(44억 달러) △엔비디아(30억 달러) △알파벳A(22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1억 달러) 순서로 많았다. 이들 5개 종목이 전체 외화 주식의 33.5%를 차지했다. 2019년 말만 하더라도 상위권에는 미국·일본·중국 기업이 다양하게 분포했지만 서학개미의 투자 행렬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접근성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미국 기술주가 순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별 보관 규모도 미국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미국 증권이 전체 보관액의 67.4%(668억 달러)를 차지했고 유로 시장(21.1%), 홍콩(3.7%)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외화증권 결제 금액은 이미 지난해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지난달 말까지의 외화증권 결제 금액은 4,412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기록(3,234억 달러)과 비교해 36.4% 많다. 해외 시장별 거래 금액은 역시 미국(76.7%)이 가장 많았으며 해외 주식 투자 활성화의 영향으로 외화증권 결제 금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59.0%씩 증가했다.
예탁원 측은 “외화증권의 결제 및 권리 행사는 국내와 차이가 있어 투자 시 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며 “투자 접근성을 확대하고 외화증권의 결제와 보관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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