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토트넘)이 ‘손날두(손흥민+호날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독일 레버쿠젠 시절이던 2014~2015시즌이다. 유럽 축구 1부 리그 입성 5년 차 시즌에 리그 11골 등 전체 17골로 기량이 만개하자 팀 동료들과 현지 언론은 손흥민을 손날두로 부르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5년 차 시즌(2006~2007)에 리그 17골 등 전체 23골로 확 튀어나갔다. 4년 차 기록은 호날두와 손흥민 모두 시즌 12골이었다.
4·5년 차 때는 우상 호날두와 같은 리그에서 득점 경쟁을 벌이는 일이 머릿속으로만 가능했을 것이다. 그때는 꿈 같던 일이 올 시즌 현실로 진행되고 있다. 3일(한국 시간) 현재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골(2도움)로 6골(2도움)의 호날두를 바짝 뒤쫓고 있다. 4골로 동률이었는데 이날 손흥민이 5호 골을 넣은 뒤 약 30분 만에 호날두가 올드 트래퍼드에서 골 소식을 전해왔다. 호날두는 이후 한 골을 더 넣어 한 발짝 달아났다. 리그 득점 선두는 13골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다.
호날두는 지난 8월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친정 맨유로 이적하면서 EPL로 돌아왔다. 손흥민과의 EPL 첫 만남인 10월 31일 런던 대결에서는 호날두가 완승했다.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3 대 0 승리를 이끄는 사이 손흥민은 침묵했다. 다음 리그 대결은 내년 3월 13일이다. 그때도 득점 경쟁이 뜨거울지, 토트넘과 맨유는 톱4 목표에 어느 정도 가까이 갔을지 관심이다.
손흥민은 브렌트퍼드와의 런던 홈경기에서 자책골 유도와 쐐기골로 원맨쇼를 펼쳐 팬 투표로 뽑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전반 12분 왼쪽 측면 크로스로 자책골을 만든 손흥민은 후반 20분 특유의 스피드로 리그 5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곧장 해리 케인에게 전달한 뒤 골문을 향해 전력 질주했고 케인으로부터 공을 받은 왼쪽의 세르히오 레길론이 문전의 손흥민에게 낮은 크로스를 올려 오른발 득점을 도왔다.
2 대 0 승리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리그 2연승을 달린 토트넘은 9위에서 6위(7승 1무 5패·승점 22)로 올라섰다. 한 경기를 더 치른 4위 웨스트햄과는 2점 차다. 손흥민은 “콘테 감독님은 정말 열정적이고 나는 그 점을 사랑한다”며 “나 역시 그라운드 안팎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싶다. 열정적인 지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아스널전에서 후반 2골을 몰아쳤다. 2 대 1로 달아나는 득점 뒤 3 대 2 승리를 결정짓는 페널티킥을 가운데로 차 넣었다. 맨유는 7위(6승 3무 5패·승점 21)에서 토트넘을 뒤쫓고 있다.
호날두는 맨유 합류 후 시즌 전체 17경기에서 12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 이날 세계 최초로 A매치 포함 통산 800골도 돌파(800·801호 골)했다. 맨유 동료이자 포르투갈 대표팀 동료인 브루누 페르난데스는 “매년, 매 경기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고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호날두는 5일 오후 11시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같은 시각 손흥민은 노리치전에서 연속 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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