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조작으로 수익을 부풀리는 이른바 ‘음원 사재기’ 등 차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사들이 팔 걷고 나섰다.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해 자문 기구를 세우거나 수익 정산 방식을 새롭게 짜는 등 근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035720)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차트 정책 자문기구를 출범했다. 로스쿨·경영대 교수, 창작자·저작권자 단체 관계자 등 각계 각층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자문기구는 멜론차트 운영 및 음악정책 담당 조직과 협력하며 차트 개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멜론은 음원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해 7월 기존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단위 차트로 바꾼 바 있다. 그러나 트렌드 반영이 약하다는 지적에 올 8월 실시간 및 24시간 이용량을 반반 합산한 톱100 차트로 탈바꿈했다. 카카오 측은 앞으로 멜론 차트의 고도화를 위해 자문기구와 논의하고, 도출된 내용을 차트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자문회의 결과 보고서를 외부로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바이브’를 운영하는 네이버는 이용자별 정산 방식(VPS) 확대를 위해 지난 달 열린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징수규정 개정을 촉구했다. VPS는 네이버가 지난 해 5월 도입한 새로운 음원 수익 배분 방식이다. 스트리밍 횟수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기존 ‘비례배분제’와 달리 VPS는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배분한다. 한 이용자가 같은 음원을 반복 재생하더라도 이용자 한 명으로만 반영되기 때문에 일부 계정이 수익 배분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왜곡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는 현 문체부 음원 징수 규정이 비례배분제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고 이용자별 정산은 담고 있지 않아 새 정책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임승범 네이버 부장은 “VPS에 참여한 유통사는 330곳으로 91% 계약을 달성했다”며 “다만 국내 주요 유통사 및 권리자 단체와의 계약은 규정 미비로 교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플로’도 24시간 단위 차트 도입과 함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며 사재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플로의 ‘내 취향 믹스’는 이용자 사용 이력에 따라 차트를 달리 보여주는 기능이다. 플로를 운영하는 SK스퀘어(402340)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 관계자는 “발라드, 힙합,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로 나눠 이용자가 평소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 취향과 같은 장르의 노래를 우선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재기 음원이 높은 순위에 오를 여지가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음원 플랫폼의 차트 왜곡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소속사·유통사가 벌이는 사재기뿐만 아니라 대형 팬덤이 특정 가수를 밀어주는 이른바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세)’은 음원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대부분 가수들에게 불공정한 수익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9년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사재기 의혹 뮤지션들을 저격하며 파장을 일으켰고 올해는 경찰 수사 결과 트로트 가수 영탁의 소속사가 음원 사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경찰은 지난 달 음악산업법 위반 혐의로 영탁 소속사의 이재규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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