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1월 첫 코스피 상장사 자리를 예약하고 증시에서 사상 최대인 13조 원가량을 조달한다. 이는 삼성생명이 지난 2010년 상장하며 끌어모은 4조 9,000억 원보다 두 배 넘게 많은 것으로 LG엔솔은 10조 원가량을 해외 배터리 공장 신증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대형 공모주 투자 기회가 열리면서 연초부터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LG엔솔은 7일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4,250만 주를 공모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공모가는 25만 7,000~30만 원으로 최대 12조 7,500억 원을 증시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LG엔솔의 공모 구조는 신주 모집 80%, 구주 매출 20%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회사 측은 신규 투자 자금으로 10조 2,0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또 LG엔솔 지분 100%를 보유한 LG화학은 상장 과정에서 일부 주식을 매각해 2조 5,500억 원의 현금을 쥐게 된다.
당초 LG엔솔은 연내 상장을 마무리해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배터리를 납품 중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 비용을 둘러싼 분담금 합의가 지연돼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가 장기화한 바 있다. LG엔솔은 지난 2분기에 관련 충당금 910억 원을 반영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추가로 6,200억 원을 배정하며 상장 일정을 재개했다.
LG엔솔의 공모가는 내년 1월 중순 진행되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된다. 이후 18~19일 일반 청약을 거쳐 내년 1월 27일 코스피에 최종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CATL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LG엔솔의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약 70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역대 기업공개(IPO) 사상 가장 비싼 몸값이다. 그간 1위는 올해 상장한 크래프톤의 24조 4,000억 원이었는데 LG엔솔의 기업가치는 크래프톤의 세 배에 달하는 셈이다. LG엔솔의 기업가치는 CATL과 국내 상장 기업들의 실적 대비 시가총액을 참조해 상정한 후 공모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
LG엔솔이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하게 돼 한 주라도 더 공모주를 받으려는 투자자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주 균등 배정으로만 2~3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IPO 공모에 흥행한 카카오뱅크의 청약 건수는 186만 건이었는데 LG엔솔 청약 건수가 200만 건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균등 배정만으로 투자자당 90만 원어치의 공모주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IPO 투자 전문가들은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증권사별 배정 물량과 청약 경쟁률, 청약 건수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단연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며 공동 주관사인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도 일반 청약을 받는다. 뭉칫돈을 투입해 최대한 많은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자산가는 청약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고르고, 균등 배정을 노리는 소액 투자자는 청약 건수가 적은 증권사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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