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주무르는 ‘소비 권력’은 누구일까. 많은 이들이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단어, ‘MZ 세대’를 떠올릴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각종 유행을 선도하고,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청년 세대다. 신간 ‘2022 시니어 트렌드’는 ‘진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 미디어와 유행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는 MZ세대가 실은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이자 경제적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책은 실제 강한 소비력을 갖고 무섭게 성장하는 주체로 5070 시니어 세대를 꼽으며 이들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주거 환경, 문화생활, 재테크, 삶과 죽음 등을 분석해 9가지의 경향을 제시한다. 전 세계 부(富)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채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취향을 알아야 기업이든 브랜드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책의 핵심 키워드는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다. 고령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과 사회의 철학을 뜻하는 용어다. 책은 이 ‘친(親) 고령층’의 관점에서 유념해야 할 트렌드로 △시니어를 위한 인터넷과 모바일 △부자 노인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 △시니어 취미·운동 시장 △급증하는 시니어 1인 가구 등 9가지를 짚어보면서 항목 별로 참고할 만한 전 세계의 비즈니스 모델 100가지를 소개한다.
예컨대 ‘시니어를 위한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는 일본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전화 어플리케이션 ‘스카이폰’을 언급한다. 이 앱은 별도의 사용자 등록과 광고가 없고, 단순한 디자인에 스팸 전화를 차단할 수 있는 안심 모드를 제공한다.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운 기능에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 건을 돌파했다. 이 밖에도 시니어들이 직접 설계·디자인하고, 입주자들이 일상에 필요한 식사·청소·빨래부터 다양한 클럽 활동과 여행, 책 출판에 이르는 모든 일을 자력으로 해결하는 핀란드의 공동주택 로푸키리, 사랑하는 사람의 전기나 자신의 자서전을 쓰고 다른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미국 비영리단체 ‘라이프 바이오’ 프로그램 등의 사례가 정리돼 있다.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 소속의 저자들은 “한국의 경우 시니어 전용 상품에 대한 고민은 고사하고 기존 플랫폼이나 시니어 편의성을 높이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는다”며 “더 많은 고민과 전략적 행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만 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