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행장이 9일 “헝다 문제가 시장화·법치화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최근 밀실에서 처리되고 있는 헝다 사태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중국 금융신문망에 따르면 이 행장은 이날 열린 ‘홍콩 국제금융 센터 위상 및 발전’ 토론회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그는 홍콩 경제 전망을 설명하는 연설의 말미에 “일부 홍콩 투자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면서 헝다 문제를 언급했다.
중국의 고위 금융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헝다의 실질적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헝다의 구조조정 등 파산 절차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행장은 “채권자와 투자자의 권익은 법에 따라 보장받을 것”이라며 “헝다 리크스는 시장 사건으로, 단기적 개별 부동산 기업의 리스크는 중장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중국 정부가 국가 권력을 통원해 헝다 사태에 개입을 시작했지만 시장 원리에 따라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채권자와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도 시사하는 것이다. 헝다의 총 채무는 3,000억 달러 규모로 이중에서 가장 민감한 달러 채권은 192억 달러다.
헝다는 지난 3일 홍콩 증시 공시를 통해 디폴트 가능성을 예고했고 직후에 헝다의 본사가 위치한 광둥성 정부는 이날밤 헝다에 행정팀을 파견해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이어 헝다는 지난 6일 만기인 8,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돌입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2위인 헝다의 디폴트가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중국과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중국 정부가 사태 완화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지난 6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해 1조2,000억 위안의 장기 유동성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같은 날 공산당 정치국 회의는 ‘안정’을 내년 경제 정책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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