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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중국산에 잠식당하는 탄소중립

태양광 핵심 셀·모듈마저

저가 중국산에 잠식당해

점유율 61%·37%로 껑충

국산에 REC 가중치 부여하고

R&D 나설 시간 벌어줘야

국내 신재생 설비 수출도 가능

뒷북경제




탄소 중립도 중국에 휘둘리게 되는 것일까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태양광발전 핵심 부품의 국내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폴리실리콘·웨이퍼 등 주요 소재가 줄줄이 무너진 가운데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셀과 모듈마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비율(RPS)에 따라 국내에서 보급된 태양광발전 단지 중 국내산 모듈 점유율은 지난 2019년 78.4%에서 지난해 64.2%, 올해 6월 63.2%로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모듈 점유율은 21.6%에서 36.7%로 불어났습니다. 셀 시장에서도 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50.3%에서 37.2%로 쪼그라드는 동안 중국산 점유율은 38.3%에서 61.0%로 높아졌습니다.

셀은 빛을 받아 전류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셀을 횡과 축으로 엮은 것이 태양광 모듈이며 이 모듈들이 모여 태양광발전 솔루션을 구축합니다. 특히 차세대 태양광발전으로 꼽히는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 등에는 중국산 저가 셀이 아니라 고효율·고품질의 셀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술 고도화를 통한 차세대 셀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IR협의회의 ‘태양전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저가로 내놓는 1세대 셀은 더 이상의 효율 향상 및 생산 단가 절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염료감응 셀, 유기 셀 등 3세대 셀은 연평균 12.83%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에는 5,100만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건물 외벽을 태양광 모듈로 제작하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BIPV) 시스템’ 상용화를 위해서도 셀에 색을 입힐 수 있는 염료감응 셀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의 원자재 격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제조 기반이 국내에서 이미 무너진 데 이어 태양광발전의 핵심인 셀과 모듈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태양광 셀의 국산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단순히 수입 부품으로 발전량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원전처럼 기술력을 강화해 수출까지 이어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것이 진정한 탄소 중립”이라며 “셀은 아직 초기 단계인 태양광발전에서 핵심 부품인 만큼 국산 비율을 높여 국내 기업이 연구개발(R&D)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미국 기술로 시작했지만 점차 역량을 쌓은 뒤 수출까지 진행했습니다. 1978년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가동된 뒤 원전 국산화는 한국 에너지정책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는데, 정부는 1984년 ‘원자력발전 경제성 제고방안’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원전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며 1995년 첫 한국 표준형 원전인 ‘OPR1000’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2010년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에 등극하기까지 이릅니다.



롯데슈퍼 남원점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사진 제공=롯데슈퍼


재생에너지 역시 원전처럼 기술력을 강화해 글로벌 탄소 중립에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내년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사상 처음으로 200GW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일정 점유율을 유지, 연구개발(R&D)에 나설 시간을 벌어주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중국산의 저가 공세를 감당하기 버겁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셀을 사용하거나 수입한 모듈은 Wp(와트피크·모듈이 최대로 낼 수 있는 발전 능력)당 310~330원이지만 국내산 셀과 모듈을 사용할 경우 360~380원으로 평균 50원가량 높습니다. 이에 태양광발전에 나선 사업자들이 비싼 국산 대신 저렴한 중국산 셀을 선택해 국내 산업 경쟁력이 연일 악화하는 상황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이 중국의 배를 불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애매모호한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 기준도 중국산 셀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르면 수입산 태양광 셀로 태양광 모듈을 만들 경우 국내 투입 원가가 85%를 넘어야 국내산으로 표기할 수 있는데, 셀은 모듈 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국내산 셀을 사용해야 모듈을 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국산 셀과 모듈의 점유율은 같아야 하는데 올 6월 국산 모듈의 점유율이 63.2%를 기록할 때 국산 셀의 점유율은 37.2%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산 셀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더하거나 공공기관 발주 시 국산 제품 채택 비중을 높여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저가 저효율의 중국 셀과 달리 국내 셀은 효율이 높지만 산과 농지를 밀고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국내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태양광 설비를 구축할 때 고효율 제품 또는 탄소가 덜 들어간 셀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역시 “태양광 셀은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며 “국제 무역 규범에 어긋나더라도 문제가 될 때까지는 국산 사용 비율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탄소검증제를 적용해 국산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검증제 등급을 3단계에서 4등급으로 세분화하고 배점을 10점에서 15점으로 올려 국산 고효율 셀이 우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석유 중심의 자원안보 개념을 수소·재생에너지·광물로 확대하는 내용의 ‘자원안보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수출 차단으로 공급 대란에 빠졌던 요소수 사태를 교훈 삼아 수소와 주요 광물 등을 안보 차원에서 다루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국형 자원안보 진단지표도 개발해 비상시 위기대응체계 구축 등 새로운 에너지안보 진단·이행체계를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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