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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IB씨]팔 것 다 팔았지만…두산그룹 구조조정 끝나지 않는 이유는

산은, 두산건설 진성 매각 의구심

두산, 그룹과 연결고리 절연 강조

신사업 위한 투자 당분간 어려워





이번 주 친절한 IB씨는 두산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두산 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인수합병(M&A)로 성장한 그룹입니다. 지금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약정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을 하고 있는데요. 한 마디로 언제까지 시간을 정해 군살을 빼겠다는 약속입니다. 두산 그룹은 지난달 두산 건설을 팔면서 이제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보통 창업주가 애착을 갖는 계열사는 채권단의 요구에도 잘 팔지 않으려 하는데요. 두산 건설은 오너가 애착을 갖고 있지만 채권단에는 반드시 팔아야 하는 계열사였니다.

그런 두산건설이 매각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언론들은 일제히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내년 3월로 예정했던 재무개선 약정 기한보다 먼저 졸업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재무개선 약정을 졸업해야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완료됐다는 인정을 받게 됩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재무개선 약정을 졸업해야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정상적인 자금조달을 시장에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산건설 팔았지만…만족하지 못하는 채권단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건설 매각에도 재무개선 약정 조기 졸업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중공업 차입금 축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으며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1조 5,000억 원 이상 계획을 전달해 왔다"면서 “채권단은 내년 초 완료 예정인 유상증자와 두산중공업이 진행하는 재무구조 개선 결과가 이뤄지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종결을 위해 외부 기관의 재무 분석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관련 부처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기업 구조조정 담당 부처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보통 경제와 산업 관련 부처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입니다. 국가 경제 영향을 미치는 기간 산업인 경우가 많고, 인력 구조조정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이 회장의 부정적인 언급은 시장에서 현 정부의 입장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구조조정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 회장이 이처럼 평가 절하한 이유는 두산건설 매각 조건 때문입니다. 두산건설은 사모펀드(PEF)큐캐피탈을 필두로 다양한 PEF가 모인 컨소시엄이 인수했습니다.

특히 이 중에는 두산그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 거래 금액 2,580억 원 중 두산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DBC가 1,200억 원을 책임집니다. 나머지는 큐캐피탈(900억 원),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300억 원), 유진-신영프라이빗에쿼티(180억 원)가 투자합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두산그룹의 DBC가 가장 많은 금액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이들 컨소시엄이 두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 더 제니스홀딩스 최대 주주도 DBC입니다. 나머지 지분 46%는 기존 주주인 두산중공업이 보유합니다.



매각 후에 두산중공업이 손에 쥐는 돈이 없다는 점도 채권단은 불만입니다. 두산중공업이 갖고 있던 두산건설 지분을 넘기는 게 아니라 새로 주식을 찍어 그걸 사는 신주 유상증자이기 때문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최대 주주 자리를 더 제니스홀딩스에 넘겨줍니다. 증자에 따라 들어오는 자금은 두산중공업이 아니라 두산건설이 갖습니다. 두산건설 경영권 매각이라기보다 투자유치에 가깝습니다.

큐캐피탈 컨소시엄이 두산건설 지분을 매각할 때 두산중공업이 우선매수권을 갖는 조항도 완전한 경영권 매각으로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두산건설 인수에 참여했다 탈락했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원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격이 아니라 나중에 건설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이라고 전했습니다.



어쨌든 그룹과 두산건설 연결 끊었으니 조기 졸업 시켜 달라는 두산


두산그룹의 입장은 다릅니다. 두산건설 매각이 시장에서 흥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해서 결과를 만들었다는 데에 주목해 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여러번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다양한 PEF가 참여했는데, 보통 인수자들이 선호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 만큼 돈을 모으기 힘들었다는 뜻이지요.

두산건설이 그룹에 부담이 된 것은 최대 주주였던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부실을 책임지고 자본을 증자해줘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두산건설 때문에 그룹 전체 재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더제니스 홀딩스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형식적으로 두산그룹 계열과는 갈라지게 됐습니다.

두산그룹은 중공업이 우선매수권을 갖게 된 것도 큐캐피탈 등 컨소시엄 참여자들을 안심 시키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습니다. 펀드 만기 전 투자금을 회수할 때 안전판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산은의 주장에 두산은 갸우뚱해 합니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는 이미 주관 증권사에서 총액인수를 확약했습니다. 증권사가 모두 받아서 시장에 되팔든지 안되면 증권사가 직접 투자하든지 책임을 지겠다는 뜻입니다. 신용평가사에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대해 안정적인 자본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이유입니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사실상 재무 개선을 이뤘는데 약정을 하고 안 하고가 큰 문제일까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약정을 졸업해야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정상 기업과 같은 조건으로 주식시장이나 채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합니다. 신사업인 수소나 가스터빈 등 신재생 에너지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나 M&A도 가능합니다. 두산그룹은 두산 건설 매각을 반드시 11월 중순에 완료하기를 희망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 시점에는 투자자 확보가 완벽하게 되기 전이었는데도 두산건설 매각 확정이 시장에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두산그룹은 연내에 재무구조 약정을 졸업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아마도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약정 졸업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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