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 등 적극적인 육성에 나섰다. 한국은 뛰어난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SW) 경쟁력까지 갖춰 로봇 분야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의 로봇 사업 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로봇은 대표적인 미래 기술로 꼽혔지만 상용화까지는 엄두를 못냈다. 그러나 반도체와 배터리·기계·센서·SW 등 로봇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과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업들도 본격적인 사업화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 핵심 먹거리사업으로 선정하고 주로 서비스용 로봇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7년 자율주행 기술 기반 안내 로봇 ‘에어스타’를 선보인 후 이듬해 독일 국제 가전전시회(IFA)에서는 하체 보조 근력 증강 로봇인 ‘클로이 수트봇’을 시연했다. 올해 들어 클로이 서브봇(서빙), 살균봇(위생), 잔디 깎이, 가이드봇(안내) 등이 곳곳에서 시범 운영되는 등 일상 생활에서 로봇을 손쉽게 활용할 순간이 머지않았음을 알렸다.
LG전자는 사람의 단순 업무를 돕는 협동 로봇도 확대할 방침인데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의 경우 사람 못지않은 커피 제조 실력을 자랑하며 국내 최초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최고 로봇 기업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에 안으며 빠르게 로봇 시장에 진입했다. 현대차는 우선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물류 시장부터 노리고 있다. 물류 로봇은 상하차·이송·저장 등 물류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딥러닝을 기반으로 목표 박스를 정확히 찾아내는 ‘픽’과 물품을 일일이 정교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핸들’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 삼아 효율성을 극대화한 뒤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산업 현장에서 점검이나 순찰을 담당하는 이동형 로봇으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 간호나 집안일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는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올 2월 발족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며 로봇 분야에 힘을 실었다. 그간 연구 단계의 로봇 기술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로봇 사업에서 실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로봇과 관련해 두드러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서비스용 로봇 ‘젬스(보행 보조)’가 ISO 13482 국제 인증을 획득하는 등 충분한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양한 가전 제품군을 보유하고 추가 M&A 가능성도 큰 만큼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국내 유수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지난해 444억 달러에서 연 평균 32%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7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공공 부문의 로봇 활용을 늘리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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