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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에 돈 쌓이자…자산운용사 '사자' 4년만에 최대

이달들어 4,000억 가까이 순매수

개인들 변동장서 간접투자로 전환

주식형 펀드 두달도 안돼 6조 증가

"연말 수급주체로 영향력 커질 듯"





국내 공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사(투신)가 국내 증시에서 4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방향을 바꾼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을 넣으면 운용사는 이를 다시 국내외 주식을 사는 데 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다소 누그러들면서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이달 1~13일 코스피시장에서 3,777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지난 2018년 2월(8,634억 원)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매수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중순까지 자산운용사들이 매도 행진을 이어갔던 점을 고려하면 수급 패턴상 변화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6조 8,333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던 올 1월에도 2조 7,24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달 개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직접 사들인 주식이 22조 3,384억 원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추세가 변한 것은 8월부터다. 8~10월 자산운용사는 코스피시장에서 6,222억 원을 순매수하며 3개월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비록 11월에는 코스피지수가 4.43% 하락하면서 6,368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으나 이달 들어 오미크론 공포 우려가 다소 진정되자 펀드매니저들도 다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 단위에서 매수세를 가동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가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방향타를 돌린 것도 한몫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코스피시장이 횡보세를 보이면서 직접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지자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나 ETF에 자금을 넣음으로써 펀드매니저에게 종목 선별을 위임하는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가 늘어나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주식에 투자할 ‘실탄’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46조 원대였던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이달 51조~52조 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연초와 비교하면 현재(12월 9일)까지 4조 1,447억 원 증가했다.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은 지난해 50조 원대에서 올해 70조 원대까지 성장했다. 시장에서 다양한 테마형·액티브 ETF가 인기를 끈 영향이 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가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ETF나 공모펀드 등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고 이것이 자산 운용 부문 전체 수급 환경에 영향을 일정 부분 끼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 3,000선 밑단에서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있다가 시장 저점 인식이 생기면서 자산 운용 쪽 대응이 커졌을 개연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종목 단위로 자산운용사의 수급 추이를 보려면 지수 리밸런싱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령 이달 1~13일 자산운용사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이달 코스피200지수에 특례 편입한 카카오페이였다. 순매수액이 1,730억 2,800만 원에 달해 2위인 SK이노베이션(866억 8,500만 원)의 약 2배 수준이었다. ETF의 경우 코스피200지수 같은 ‘벤치마크지수’ 구성 종목이 바뀌게 되면 이를 반영해 새 주식을 담게 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회사 단위에서 설정하는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재검토할 때 지수 변경 추이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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