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이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에도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는 계속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러한 R&D 투자 의지에도 불구하고 자체 확보한 기술을 사업화할 경우 애로사항으로 ‘전문인력 부족’을 첫손에 꼽았다. 기술 확보를 뒷받침할 R&D 전문인력 확충 없이는 중견기업들의 기술 자립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통계청과 함께 조사해 발표한 ‘2020년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견기업 수는 전년보다 519개 늘어난 5,526개로 집계됐다. 이는 중소기업 가운데 643곳이 성장해 중견기업으로 편입된 결과다. 반면 중견기업 중 107곳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으나 3년 평균 매출이 최소 기준으로 400억~1,500억원 이상이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중견기업 중 제조업은 1,977개(35.8%)였으며, 이중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가 1,657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비제조업은 전년보다 470개 많은 3,549개로 도소매(25.2%), 부동산(14.3%), 정보통신(11.4%) 순으로 많았다.
중견기업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770조원으로 전년 대비 11조5,000억원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조업 매출이 1년 새 16조원 넘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중견기업 제조업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비제조업 매출은 도소매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다. 매출 감소에 따라 중견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3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조원(6.3%)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중견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견기업들의 투자실적은 전년 대비 6.9% 감소한 26조6,73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전체 투자금액 중 R&D 투자비중은 2019년 27.3%에서 지난해 28.9%로 오히려 늘었다. 또 전체 투자액을 줄이는 와중에도 R&D 투자는 지난해 7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8,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8조1,000억원으로 꾸준히 늘려갈 계획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의 R&D 투자비중도 올해 33.0%로 30%대를 넘긴 데 이어 내년에는 3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들은 자체개발 또는 외부기관과 공동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할 경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전문인력 부족’(24.9%)을 꼽았다. 이는 전년 조사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조사 당시 1위로 꼽혔던 ‘판매시장 부족’은 이번 조사에서는 15.9%로 2위로 밀려났다. 중견기업들이 지난 1년 새 R&D 전문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기술확보 중인 기업의 비율은 44.2%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기술확보 방식에 있어서는 자체개발(70.2%)이 가장 많았고, 외부기관과 공동개발(15.0%), 외부기관과 위탁개발(5.4%)이 그 뒤를 이었다.
김태완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혁신과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R&D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구인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견기업들은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석·박사 등 고급인력의 부족현상이 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수 연구인력 1명에게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R&D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핵심연구인력 채용 지원사업을 통해 중견기업의 연구인력 수급 애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기술경쟁력 강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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