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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IB씨] 안철수 '로블록스로 1,300배 수익 낼 동안 국민연금 뭐했나' 지적…실상은

안랩, 2011년 알토스벤처스 통해 로블록스 투자

2,000만 원에서 250억 원으로 불어

국민연금, 2014년 테슬라 88억 원 투자

이후 투자액 늘려 현재 평가액 2조 넘어

대형주 위주 투자에 변화 필요하단 지적도





요즘 뉴스는 온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누가 더 사과를 잘하나’의 경쟁이라고 꼬집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이런 와중에 이들과 큰 격차로 3위권을 달리는 안철수 국민의 당 대선 후보는 느닷없는 로블록스 투자 고백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 후보는 13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10년 전인 2011년 미국의 한 회사에서 투자자를 구했고, 제가 살펴보니 그 회사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다"라며 "벤처 캐피탈의 펀드를 통해 그 회사에 2,000만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후보는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주당 9센트였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금요일 기준으로 115달러 89센트가 됐다"라며 "10년 사이에 1,287배 넘게 올랐다. 2,000만원이 250억원이 됐고 이 회사가 대한민국 국민이 올해 가장 많이 검색한 '로블록스'"라고 했습니다.

안 후보는 이어 국민연금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개인이 아닌 안랩이 투자한 것이기에 그것은 온전히 안랩의 수익"이라며 "만일 10년 전에 348조 9,000억이었던 국민연금 적립금의 0.286%인 1조 원만이라도 이런 회사들에 투자했다면 엄청난 수익으로 연금 고갈 걱정을 많이 덜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랩이 로블록스에 투자한 것은 알토스벤처스를 통해서입니다. 알토스벤처스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두고 한국계 한킴과 중국계 미국인이 손잡고 만들었습니다. 현재 전세계 벤처캐피탈 중 가장 주목 받는 투자자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배달의 민족·쿠팡·아자르·지그재그·크래프톤 등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 벤처의 초기 투자자였습니다. 알토스벤처스도 대단하지만 이들의 혜안을 알아본 안랩도 대단하네요. 안랩은 로블록스가 상장하기 훨씬 전인 2011년 투자했고 로블록스는 올해 3월 상장했습니다. 안 후보는 투자금을 벌었을 뿐 만 아니라, 메타버스가 만든 증강 현실 속에서 놀이와 경제 활동이 어우러져 일어나는 세상의 변화를 눈여겨 봤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유튜브보다 로블록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네요.


국민연금이 로블록스에 투자했다는 정보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올해 상장했으니 투자했다면 국민연금 공시 규정에 따라 내년 3분기 이후 공시에 나타날 겁니다. 다만 국민연금 측은 테슬라 투자를 로블록스 못지 않은 성과로 내세웁니다.

국민연금은 2014년 3분기 말 당시 상장사였던 테슬라 주식을 792만달러(8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48.54달러였습니다. 2014년 3분기 말은 공시한 시점이니 투자한 시점은 그 이전이겠지요. 현재 테슬라의 주가가 926.9달러이니 19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국민연금은 이후에도 계속 테슬라 투자 비중을 늘렸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0억원 이상 투자한 3,463개 종목 중 5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현재 평가액은 2조 2,223억 원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텐센트와 타이완반도체(TSMC), 알리바바 등 아시아의 빅테크 기업이 뒤를 잇습니다. 국민연금 측은 “국내외 운용사를 통해 투자가치가 입증된 벤처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상장사가 아닌 경우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비공개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9조원 넘는 돈을 굴리고 있네요. 전체 운용규모가 830조원 가량이니 상당한 비중입니다.


다만 안랩의 로블록스 투자는 사모투자고 국민연금의 테슬라 투자는 일반 주식 투자라는 점이 다릅니다. 안랩은 상장하기 훨씬 전인 초기에 투자한 것이지요. 2020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 830조원 중에 해외 사모투자에 해당하는 규모는 약 21조 원 가량 됩니다. 해외 주식투자에 192조 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적은 비중이죠.

우리가 흔히 벤처투자라 할때는 주로 사모투자에 해당합니다. 상장하기 전 단계가 다수죠. 그 만큼 미래 가치를 높이 사고, 리스크도 많은 투자입니다. 물론 잘 되면 안랩이나 알토스벤처스 처럼 대박이 날 수도 있지요.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인 만큼 기술기업인 안랩과 투자 전략이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늘 화제가 되는 게 테슬라 투자입니다.


다만 국민연금 안팎에서도 대형주 위주의 투자 전략을 좀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운용규모는 900조 원을 넘었는데, 벤처 투자 비중은 1조 원 밖에 안 됩니다. 최근 국내 벤처캐피탈이 5,000억 원의 펀드를 만들며 화제가 되었는데, 글로벌 3위의 국민 연금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입니다. 벤처를 포함해 비상장사 투자를 위주로 하는 사모투자 비중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의 순위는 3위에서 10위권으로 떨어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상장 전 기업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셈이죠.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상위 10개 입니다. 삼성전자의 비중이 압도적이네요.


상장사의 경우도 국내를 보면 코스피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 대부분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국민연금의 투자 검토 대상에 오르지조차 못하는 셈이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을 코스닥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연금 내부에서 나온 지도 수년 째 입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하반기부터 주식 직접 부문 벤치마크에 코스피 50개 종목, 위탁 부문 벤치마크에 코스닥 50종목을 단계별로 추가하고 있습니다. 벤치마크란 연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따르는 기준입니다.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하든 민간 운용사에 맡기든 코스피 대형주 일색에서 코스닥 비중도 넓힌다는 뜻입니다. 해외 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올해 말 기준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이 22.66%으로 국내 주식 수익(8.23%)보다 3배 가까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와 해외 모두 혁신 기업의 초기 투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데요. 테슬라 이후 국민연금의 투자 행보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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