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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쟁점 없는 '100조 돈풀기 경쟁'…"누가 이기든 부메랑"

[2022 대선 공약 점검]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④코로나대책

李·尹 모두 '재정확대' 한 목소리

지원금, 후보 지지여부에 변수 안돼

코로나 상황 진정되지 않는다면

시민 방역저항만 더 커질 가능성

감염병 위기 해결 근본대책 내놔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3차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1·2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던 이 후보는 이날 화이자 백신으로 3차 접종을 받았다./연합뉴스






‘K방역’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대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자칫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은 정부 여당의 ‘코로나19 실정’을 부각해 기회를 잡겠다며 ‘50조 원→100조 원’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전방위적으로 현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더라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권자의 저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의 임기응변식 지원금 확대가 코로나19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크다는 이야기다. 붕괴한 방역 신뢰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 때 역대급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공동으로 20대 대선 유권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스트레스 정도가 중급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0.16%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 10명 중 9명이 코로나19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을 해소하겠다며 정부도 서둘러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15일 이후 나흘째 7,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했고 18일에는 위중증 환자가 1,016명으로 처음으로 1,000명대를 넘었다. 결국 ‘단계적 일상 회복’은 45일 만에 멈췄다.

정부의 대처에 먼저 움직인 것은 이 후보였다. 지난해 1차 대확산 시기에 신천지를 강제 조사하며 지지율 1위에 안착한 것도 경험이 됐다. 선제적 방역 대응으로 자연스럽게 현 정부와의 차별화도 노렸던 게 사실이다. 14일 이 후보는 긴급 성명을 통해 ‘선(先)보상 후(後)정산 지원’ 방안을 강조했다. 또 연일 ‘손실지원금 100조 원’ ‘백신부작용국가책임제’ 등을 정부에 촉구하며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당 후보도 다르지 않다. 윤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일찌감치 ‘100조 원 코로나 지원금’ 방안을 밝히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채무 탕감’ 카드도 꺼냈다. 소액 채무의 경우 원금 감면 폭을 현재의 70%에서 90%까지 확대하고 자영업자의 부실 채무는 일괄 매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이·윤 후보 모두 재정을 확대해 소상공인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데 이견이 없다 보니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간에 차이가 없다”며 “단일화를 하라”고 쏘아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보좌역 공개모집 현장을 방문해 면접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권욱 기자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만약 여당에서 돈을 풀고 야당이 재정 건전성을 주장했다면 코로나19 이슈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겠지만 같이 돈을 풀겠다고 하면서 쟁점이 희석돼버렸다”며 “유권자의 후보 지지 여부에 (지원금 확대는)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 확산이 여당에 유리하지는 않지만 이미 1만~2만 명 등의 확진자 예상치가 (지지율에) 선반영됐다”며 “현재 구도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시민의 저항을 누가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게 오히려 변수”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수록 여야 후보의 지원금 확대 공약은 힘을 발휘하기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지원금 확대 주장이 여야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거리 두기, 백신 접종 등에 대한 저항까지 커져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 협조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시민의 저항은 정부 여당의 코로나19 대응 지지율이 지난해 1차 대확산 발생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간접 확인되고 있다. 당시 41%까지 하락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 여론은 총선 직후 85%까지 치솟았지만 대확산이 발생할 때마다 수직 하락했다. 이번 5차 대유행을 겪으면서도 어김없이 44%까지 떨어졌다(갤럽 12월 2주차).

특히 이번에는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자기 규제에 변화가 커졌다. 대선 공동기획단에 참여한 박선경 인천대 교수는 “방역의 큰 축이 지속 가능하려면 ‘추적하고 검사하고 치료하는 3T’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비영리 공공 영역을 확대하는 등 앞으로 반복될 감염병 위기 정책의 근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여야 후보 모두 외연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임기응변식으로 지원금에만 집중할 경우 투표율이 굉장히 저조하게 나타나 여야 모두 심판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동력이 다시 생성될 수 있도록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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