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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빠지고 '지옥'에 홀려서…세계가 '연모'했네

[2021년 문화계 결산-<1>K콘텐츠]

 OTT 타고 글로벌 시청자 사로잡아

 K팝 이어 대중 문화 트렌드로 우뚝

 넷플 이어 디즈니·애플TV 등 상륙

 시장 커지며 수익 배분 과제는 남아

 조선구마사·설강화 등 구설 휘말려

 영광의 무게 만큼 책임감도 더 커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올 한 해만큼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회자된 적은 없었다. 이전에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콘텐츠들은 적지 않았지만, 대중성이라는 면에서는 어디까지나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21년은 K콘텐츠가 마침내 명실상부 세계 콘텐츠 트렌드의 중심으로 발을 내디딘 한 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문화 현상이 됐다. K콘텐츠의 폭발력과 가능성에 눈독을 들인 글로벌 OTT듫이 올 하반기 앞다퉈 국내 시장으로 진출해 오리지널 K콘텐츠 경쟁에 참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시장의 판도는 내년에 한층 더한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K콘텐츠, 전 세계 시청자 사로잡다= 지난 10월 1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올 3분기 실적발표 영상 속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오징어 게임’의 트레이드마크인 초록 체육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오징어게임’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극한 경쟁을 보여준 ‘오징어 게임’은 공개 직후 국내에서 넷플릭스 TV쇼부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한국 콘텐츠로는 최초로 글로벌 1위에 올라 46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현재까지도 글로벌 톱10을 지키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작품은 앞서 고섬 어워즈에서 수상한 데 이어 내년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도 후보에 올라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한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극중 등장한 달고나 뽑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세계 유명인들이 소셜 미디어에 시청 인증샷을 남기는 등 ‘오징어게임’은 명실상부 2021년의 가장 뜨거운 대중문화 트렌드이자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징어게임’으로 K콘텐츠에 대한 생경함을 지운 해외 시청자들은 다른 한국 드라마도 찾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은 공개 다음날 바로 글로벌 인기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마이 네임’과 tvN ‘갯마을 차차차’, KBS ‘연모’ 등도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 ‘D.P.’는 뉴욕타임스(NYT)의 ‘2021년 해외 TV쇼 10선’에 꼽혀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해외에 K콘텐츠 알린 OTT, 국내 시장도 뒤집었다= OTT를 타고 K콘텐츠가 몸집을 키우는 흐름은 내년에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한국 콘텐츠가 필수라는 인식이 올해의 성공으로 확고해진 데다, 올 하반기 국내 진출한 글로벌 OTT ‘디즈니+’, ‘애플TV+’가 경쟁에 가세해 오리지널 K콘텐츠로 시장 공략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2022년 ‘무빙’ 등 오리지널 드라마 4편으로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할 예정이며, 넷플릭스는 ‘소년심판’·‘종이의 집 한국판’ 등 10여 편을, 토종 OTT인 티빙도 ‘욘더’·‘괴이’ 등 5편 이상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의 한 장면. 공개 다음날 글로벌 1위에 오르는 인기를 누렸다.




OTT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판도도 뒤흔들었다.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웨이브), ‘술꾼도시여자들’(티빙), 예능 ‘환승연애’(티빙) 등 OTT에서만 공개한 콘텐츠가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카카오TV는 드라마 ‘며느라기’, 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으로 1년여 만에 시장에 안착했다.

TV는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지만, SBS ‘펜트하우스’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 tvN ‘빈센조’, SBS ‘원 더 우먼’, MBC ‘옷소매 붉은 끝동’ 등이 화제를 모으며 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은 OTT와의 콘텐츠 수익 분배라는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제작사가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를 크게 웃도는 지원을 받는 대신 세계적인 콘텐츠 성공에도 추가 수익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사전에 위험을 떠안고 창작자에게 자율을 보장해 좋은 콘텐츠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방영 당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던 tvN '갯마을 차차차'는 종영 후에도 넷플릭스에서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tvN


◇K콘텐츠, 영광과 위험을 동시에 보다= 올해 K콘텐츠가 영광만 누린 것은 아니었다. 올 초 300억 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SBS의 텐트폴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조선 배경에 중국풍 음식·의복을 등장시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결과 단 2회 만에 방영을 중단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K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시장 규모가 불어났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한 사건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드라마가 논란이 된 부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앞서 올해 2월 종영한 tvN ‘철인왕후’와 ‘빈센조’ 역시 ‘중국풍’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조선구마사 방영 중단을 계기로 드라마의 왜곡 문제가 민감한 화두로 등장하면서 현재 방영 중인 JTBC ‘설강화’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제작 단계부터 논란이 된 작품이 나타났다. 또 올해 나온 사극 상당수가 가상의 설정을 차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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