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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팔 비틀어.. '탈원전에도 전기료 인상없다'는 공약 억지 달성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인상 없다"

2021년, 전기료 동결로 한전 年손실 4조내외

신재생 확대로 한전 부실 추가 급상승 우려

朴정부 계획안 따랐으면, 5GW 원전 추가가동돼 비용부담 낮춰

전기 과소비 부추겨.. 탄소중립과도 어긋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천명한 지 한달여 뒤인 지난 2017년 7월 개최된 ‘탈원전 정책 당정 협의’에서 문 대통령 임기내에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정부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억지로 동결하며 이 같은 공약을 지켰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공약 완수 때문에 한국전력의 부채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한전의 최대주주를 살펴보면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 등 정부 지분이 과반을 차지한다.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면 정부가 메워줘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한전은 2조7,9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 2008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6,680억원을 지원 받은 바 있다. 결국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전기요금 동결로, 후세대의 부담만 크게 늘렸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2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 3분기에만 9,3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 한해 누적 영업손실액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앞서 중장기 재무 계획을 통해 4조 3,845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연료비 상승 추이에 따르면 이를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실제 전력거래소의 11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1Gcal당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는 7만6,856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1.5% 급증했으며, LNG·석탄·석유의 발전단가를 기초로 산출되는 계통한계가격(SMP)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55.1%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지난달 한달 동안에만 2조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달 전력거래량은 421억kWh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반면, 전력거래금액은 전력정산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2조5,333억원)대비 무려 86.7% 늘어난 4조7,28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동안 전기요금 단가는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1년새 늘어난 전력거래액 대부분이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손실 규모는 내년 초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 LNG 수입 현물 가격은 지난달 1톤당 799.3달러로 지난해 11월(312달러)과 비교해 1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떨어지면서 줄어든 발전량을 메워줄 글로벌 LNG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이같은 LNG 급등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년 겨울철은 난방 수요에 따라 LNG 가격이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소비하는 LNG의 40%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나오면서 공급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 내년 한전의 손실 규모 또한 5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 과속’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9차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신재생이 전체 발전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20.8% 수준이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통해 신재생 발전 비중을 30.2%로 늘려 잡았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RPS) 비율을 올해 9%에서 2026년부터는 25.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500MW 이상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RPS 비율을 충족해야하며, 매년 수 조원을 REC 구매에 추가 지출해야 하는 만큼 향후 재무부담으로 작용한다.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2호기./울진=오승현기자


무엇보다 한전은 정부의 ‘신재생 과속’ 정책에 따른 설비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향후 2년간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1조 1,202억 원이며 정부의 NDC 상향으로 관련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ESS 구축에만 수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전은 향후 5년간 송배전망 구축에 33조9,171억원을 투입할 방침이지만 신재생 비중 확대로 관련 예산 투입 규모도 추가로 늘려야 한다.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 없이는 수년 내에 한전이 파산을 선언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전기요금 동결기조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올 1분기 LNG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1kWh당 3원 낮춘 후 올 4분기에야 원상복구하며 ‘값싼 전기요금’을 유지했다. 결국 지지율 때문에 억누른 전기요금이 전기 과소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의 1kWh당 전기요금은 2019년 기준 10.2센트로 일본(25.4센트), 독일(33.4센트), 영국(23.4센트)은 물론 석유 순수출국인 미국(13.0센트)보다도 낮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부실 규모를 한층 키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신한울 2호기(1.4GW)·신고리 5호기(1.4GW)는 이미 가동을 개시해야 했지만, 현 정부들어 수립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준공 지연 등으로 가동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2018년 조기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0.68GW)의 발전 용량까지 더할 경우 4.9GW 규모의 원전이, 6년전 계획 대비 가동되지 않거나 사라졌다. 결국 탈원전에 따른 기저전원 부족분을 값비싼 LNG가 메우며,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원자력의 발전 단가는 1kWh당 41.5원으로 LNG의 4분의 1 수준이다. 현 정부들어 급속히 보급한 신재생에너지는 이전 정부 대비 3GW 이상 늘어난 11.87GW(설비용량 기준)에 달하지만 발전 간헐성 때문에 실제 발전량은 설비용량의 2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전 재정을 ‘정부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한전의 외부 출연금은 1년 새 6배가량 급증해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출연금(384억 원)을 포함해 총 455억 원을 외부 출자했다. 정부가 지난 연말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 또한 사실상 폐기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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