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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인천공항 가진 한국, 동북아 물류허브 잠재력 충분"

[이사람] 아시아通 물류 전문가 디어크 루카트 주한유럽상의 회장

톱3 물류기업 DB쉥커서 커리어 시작

싱가포르·베트남·日·韓 등 두루 거쳐

30여년간 아시아 물류시장 개척 한길

바다서 도시까지 체계적 시스템 조성

한국 물류 비즈니스 매력에 깊이 빠져

코로나로 막혔던 진단키트 수출 돕기도

내년 신규 물류창고 기반 亞 강자 도약

서울 마포구 DB쉥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디어크 루카트 DB쉥커코리아 사장 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인생은 선택의 순간들이 겹쳐진 결과라고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던 독일 청년 디어크 루카트의 인생은 1989년 어느 날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가운데 어디로 가고 싶냐’는 상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크게 바뀌었다. 물류 전문 회사인 DB쉥커(옛 쉥커)에서 커리어를 막 쌓아가던 루카트는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찾는 모험가였다. “뉴욕은 비교적 제가 살던 프랑크푸르트와 가깝고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아시아, 정확히는 싱가포르로 향했습니다. 저에게는 특별한 기회였죠.”

해마다 7%대의 고성장을 거듭하던 1990년대 싱가포르를 커리어 성장의 기반으로 삼은 루카트는 역동적으로 커나가는 아시아 물류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일까, 그는 쉥커싱가포르 파견으로 맺은 아시아와의 인연을 확장해나간다. 베트남·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주요 국가를 두루 거치며 물류 전문가이자 아시아통(通)으로 30여 년을 보냈다. 지금 그는 DB쉥커코리아 대표이사(사장)이자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이다.

멜팅폿 문화가 키워낸 기업인

유럽인, 그리고 유럽 상공인으로서 정체성이 뚜렷한 루카트 회장이지만 반평생을 아시아에서 살아왔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멀리 떠나 살아가는 것은 ‘먹고사는 일’ 때문이라고 해도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루카트 회장은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즐기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저는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난생 처음 아시아를 방문했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온 분들이 부모님의 손님으로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들과 소통하며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지역과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아시아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의 하노버라는 중소 도시에서 태어난 루카트 회장은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독일 밖에서 보냈다. 그것도 길고 추운 겨울로 유명한 독일 북부와는 정반대 기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였다. 부모님의 업무로 세계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히는 따스한 남아공으로 이주한 그는 수년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하나의 냄비에서 끓어오르는 멜팅폿처럼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가 독일로 돌아왔을 때 국제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 터전을 잡게 된 덕분에 타 문화에 개방적인 태도가 흐려지거나 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가 독일로 돌아왔을 때 적응하느라 힘들었냐고요? 당시 수십 년 만에 찾아온 한파 탓에 무척 춥고 눈이 많이 내렸죠.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삶을 채웠던 멜팅폿 문화는 루카트 회장이 인터뷰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손꼽을 때 오롯이 드러났다.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때 야외 푸드코트라 할 수 있는 ‘호커’에서 딤섬이나 양념 돼지고기 국수를 즐겨 먹었다고 말한 그는 한국에서는 여름철에 냉면과 삼계탕을, 가을에는 대게찜을 즐긴다고 답했다. 또 평소에는 한우를 굉장히 좋아해 집에서도 자주 구워 먹는다고 했다.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는 곧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했다.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여러 음식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그의 입맛은 이질적 문화에 배타적이지 않은 성격을 반영하듯 포용적이었다.

서울 마포구 DB쉥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디어크 루카트 쉥커코리아 사장 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성형주기자


아시아 물류 허브 韓에서 기업 수출입 파트너로 활약

루카트 회장과의 인터뷰는 어릴 적 살았던 도시와 자주 즐기는 음식으로 물꼬를 텄지만 어느덧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인프라인 물류가 대화의 주제가 됐다. 30년 넘게 물류업에 종사하며 싱가포르와 베트남·일본을 경험해본 그는 한국의 물류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바다에서 도시까지, 또 그 반대의 방향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물류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매우 잘 조직돼 있고 체계화돼 있다”고 밝힌 루카트 회장은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은 물론 의약품 등은 정확한 온도와 습도에 보관해야 하기에 정교한 물류 시스템이 각별히 중요한데, 한국의 수준 높은 물류 시스템은 DB쉥커코리아가 이 같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루카트 회장은 한국에서 경험하는 물류 비즈니스가 다른 국가보다 더 흥미롭다고 했다. 인천공항과 부산항 등은 국제적인 물류 허브로 기능하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의 경우 비행기로 3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래서 환승을 하는 물류도 많고요. 부산항 역시 일본이나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항구들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한국이 물류 비즈니스에 상당히 중요한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죠.”

한국의 물류 시스템에 대한 호평은 그가 몸담고 있는 DB쉥커가 글로벌 물류 기업 톱3에 손꼽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는 설명이었다. 내년에 창립 150주년을 맞는 DB쉥커는 140개국 2,100여 곳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물류 전문 기업으로 항공 화물부터 해상 화물, 육상 운송, 계약 물류,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두루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유명 완성차 브랜드 BMW나 세계적인 제약사 화이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의 ASML도 DB쉥커의 주요 고객사다. 대한민국의 수출 효자로 불리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역시 전 세계를 아우르는 DB쉥커의 물류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마포구 DB쉥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디어크 루카트 DB 쉥커코리아 사장 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코로나 파고 뛰어넘을 물류 혁신에 집중

루카트 회장은 세계 정상급 물류 기업의 일원이자 이 분야 전문가지만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에 끼친 영향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물류난이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그는 기술 혁신과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물류 기업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전문성은 오랜 기간 다져온 물류 파트너사나 통신사 등과의 접점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해상 화물뿐 아니라 항공 화물 운송도 까다로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한 그는 “여행을 하는 이들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여객기 운항 편수도 줄고 화물을 실을 공간도 절대적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고객사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 아래 물류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던 지난해 5월, 여객 및 화물 항공기 운항이 크게 줄면서 한국의 제약사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주문한 국가에 보낼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루카트 회장은 고객사는 물론 세계 각국의 방역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휘봉을 잡았고 운송 의뢰를 받은 지 단 이틀 만에 인천공항에 있는 DB쉥커코리아의 기존 창고 시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물량을 신속하게 목적지로 운송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DB쉥커코리아는 5,000만 유로를 투자해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신규 글로벌 물류창고(GDC)를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의 물류 강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루카트 회장은 “내년은 DB쉥커코리아 법인 창립 25주년, 한국 사무소 개소 50주년, 그리고 DB쉥커 본사 창립 150주년이 겹친 트리플 기념의 해”라며 “부디 내년에는 백신 공급이나 방역 상태가 좋아지고 많은 사람의 삶이 나아져 편하게 축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He is…

△독일 하노버시 △1986년 쉥커 입사 △1990~1991년 쉥커싱가포르 세일즈 부문 매니저 △1992년 쉥커베트남 파견 근무 △1993~1997년 쉥커싱가포르 근무 △1998~1999년 쉥커인터내셔널 제너럴 매니저(사장)

△2000~2014년 쉥커세이노(일본) 제너럴 매니저(사장) △2002년 쉥커, DB그룹에 합병 △2015년~ DB쉥커코리아 사장 △2017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이사 겸 물류&운송위원회 회장 △2020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 선출(현재 연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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