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이 “미국이 대만과 FTA 체결에 흥미가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가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기로 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방어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지만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이라는 마지노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커틀러 부회장은 21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만 국민투표에서 락토파민이 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한 차이잉원 정부안이 유지되면서 워싱턴과 타이베이가 공급망과 디지털 표준 등에서 경제적 유대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이라고 본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현시점에서 대만과 FTA를 추진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는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만은 미국과 FTA의 전 단계인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재개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FTA 협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복귀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CPTPP에 재가입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이는 무역 이익에 대한 국내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꺼낸 인도태평양 경제협력 틀이 이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은 일본이 강도 높게 검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일 갈등에 일본이 한국의 CPTPP 가입을 꺼릴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일본도 다른 회원국처럼 새 가입 신청을 신중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협력 틀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무역 자유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세부 내용을 만들고 있다”며 공식 발표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통상 전문가다. 지난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최한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태평양과 동북아 현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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