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손해보험사들이 줄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금융 당국은 사실상 가격통제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장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업 전반의 금융 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이대로 방치하면 보험료를 지금처럼 계속 올려도 앞으로 10년간 112조 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가 발생한다. 지난 4년간 보험료 인상률은 실손보험의 출시 시기(1~4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연평균 13.4%를 기록했다. 보험금은 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연평균 16.0%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보험사들은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고객들에게 20% 내외의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갱신 안내문을 발송했다. 지난해에도 각 보험사는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로 안내문을 발송했으며 실제 올해 인상률은 실손보험 종류에 따라 6.8~23.9%가 적용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시장가격 개입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실손보험·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화돼 있는데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보험일수록 합리성을 바탕으로 보험료율이 결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 당국은 실손보험 인상률을 현재 15%선에서 논의 중인데 지난 4년간 연평균 상승률인 13.4%보다는 높지만 적자 폭을 메울 수 없다는 것이 보험 업계의 하소연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적자에 못 이겨 상품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15개에 이른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가격 낮추기에만 급급하지만 이보다는 보험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보험료가 내려간다면 소비자 혜택 축소로 더 많은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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