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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만 외친 '원자력의 날'

원전수출만 강조한 문승욱 장관

신한울 공사 재개 등 언급 안해

SMR 육성한다며 K택소노미 제외

내년부터 국민연금 등 지원 끊겨

업계가 기대한 '정책 선회' 없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산업통상자원부




뮨재인 정부의 마지막 ‘원자력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탈(脫)원전’ 기조만 반복됐다.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 대표에 이어 여야 대선 후보까지 모두 현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탈원전 정책과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살리겠다면서도 원전 수출 외에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등에 대한 별도의 언급도 없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공동으로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11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이날 격려사에서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그간 신규 원전 건설이 원자력 산업 발전을 견인했다면 에너지 전환이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원전 생태계의 경쟁력을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가동 원전의 안전한 운영과 새로운 수출 시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 강화에 7,000억 원을 집행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건설 지역 지원금 등으로 8,0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까지 국내 원전을 25기에서 16기로 축소하기로 했다. 원전 1기도 추가로 건설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수출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 장관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유망 분야를 발굴 및 육성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원전은 아예 제외됐다. K택소노미는 당장 내년부터 국민연금이 자금 지원에 있어 지표로 삼을 예정인데, SMR 개발과 해외 수출 등의 과정에서 지원이 끊긴다는 것이다. 문 장관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MR 역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용 후 핵연료 등 한계 때문에 국내 건설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러시아·일본·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탄소 중립 이행 수단으로 원자력을 활용하겠다며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사회적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날 행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정승일 한전 사장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최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하는 등 에너지 정책 관련 공공기관장들의 ‘소신 발언’이 잇따랐던 만큼 문 장관이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달라진 정책 기조를 내비칠 수 있다는 기대가 일부 있었다. 여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날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국민의 객관적 자료에 의한 합리적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재검토를 시사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원전 업계가 기대한 ‘전향적 행보’는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책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방향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맞춰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도의 화두는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관련 언급이 아예 없었다”며 “탈원전 정책의 매듭을 이번 정부에서 풀지 못하면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년 12월 27일인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원안위가 행사를 순환 개최하는데 올해는 산업부가 주최했다. 정부는 박상형 한국수력원자력 경영부사장 등 원자력 안전, 수출, 기술 개발 등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해 훈·포장, 대통령 표창 등 총 126점을 포상했다. 박 부사장은 디지털 기술 기반 원전 운영 인프라 구축, 혁신형 SMR 기술 개발 사업화 로드맵 수립 등에 기여한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의 선진 원자력 기술의 상시 홍보를 위한 온라인 원자력 전시관을 27일 개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사, 원자력 수출·협력 성과, 과기정통부의 원자력 기술 발전 전략, 원자력 첨단 기술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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