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열풍이 강했던 올해 펀드 시장에서 자동차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ETF는 연초 대비 16% 이상 올라 2%대 상승에 그친 코스피지수보다 8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 확산으로 올해보다 내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테마 ETF로 꼽히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까지 빨라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50.4%로 국내·해외 자동차 기업에 투자하는 ETF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ETF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전체 ETF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당당히 5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시 1년 만에 순자산 총액도 3조 원을 넘어서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2위를 꿰차고 있어 테마 ETF 시장을 주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 운용팀장은 “중국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중국 전기차·2차전지 기업들은 기술력 차원에서도 글로벌 선두 주자의 위치를 차지해 중국 전기차는 투자 매력이 높다”고 했다.
이어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20.8%), TIGER 글로벌자율주행&전기차SOLACTIVE(15.2%)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KODEX K-미래차 액티브(12.5%)와 네비게이터 친환경 자동차 밸류체인 액티브(11.7%), KODEX 자동차(10.8%)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 ETF 평균 수익률은 16.3%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가 2.3% 상승하는 데 그쳐 월등히 높은 수익률로 내달린 셈이다.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가 연초 대비 3.8%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익률을 찍었다. 기아는 연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올랐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최근 6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자동차 ETF가 최고의 투자처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한한 성장 동력이다. 친환경과 탄소 중립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2차전지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유럽을 비롯해 미국·중국·캐나다 등 주요 국가는 2035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국내외 배터리셀 업체뿐 아니라 소재 업체들은 생산 능력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고 친환경·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은 자동차 및 배터리 관련 업체들의 성장 속도를 촉진할 수밖에 없고 자동차 ETF에 대한 투자 매력도 커지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관련 ETF의 훈풍은 실제 개인투자자 자금의 대거 유입으로 이어지며 테마 ETF 돌풍을 이끌었다. 당장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홀로 3조 577억 원을 끌어모으면서 자동차 관련 ETF를 비롯해 상장된 전체 ETF 시장에서 최고의 투자 종목으로 꼽힌다. 뒤이어 KODEX 자동차 6,199억 원, TIGER 글로벌자율주행&전기차 SOLACTIVE 2,154억 원,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 419억 원, HANARO Fn전기&수소차 278억 원 등의 순으로 자동차 ETF는 올 한해 3조 9,930억 원의 자금 유입을 이끌어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 이사는 “삼성SDI 등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자동차 관련 ETF는 유망한 투자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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