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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일몰 명소 순천]외로이 선 무인도 뒤로...뉘엿뉘엿 한 해가 저문다

꽃섬 너머 저무는 해, 용산 못잖게 장관

와온마을로 관광객, 사진작가 몰려 활기

조계산 동쪽엔 아름다운 '세계유산' 선암사

절경 품은 진입로, 전통차체험관도 눈길

꽃섬 뒤로 넘어가는 와온마을의 낙조는 순천만 용산의 해넘이와 쌍벽을 이루는 절경이다.




남도 끝단 순천시가 처음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순천만 세계정원박람회를 유치하면서였다. 그때 처음 순천을 방문했던 기자는 이후 생각이 날 때마다 그곳을 찾고 있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두루 구비돼 있는 흔치 않은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다소 멀기는 하지만 KTX를 타면 3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어쩌다 한 번씩 찾는 맛이 쏠쏠하다.

‘순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천만정원이지만 사실 이곳은 대부분 인공 구조물로 이뤄져 오래 머물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물 빠진 습지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용산이다. 하지만 용산은 여러 번 들렀던 터라 이번에는 해넘이가 용산 못지않다는 와온마을로 향했다. 해룡면 와온마을 앞에는 작은 무인도 ‘꽃섬’이 있는데 겨울철이면 이 섬 너머로 해가 저문다. 이 마을의 신맹철 이장은 “와온마을이라는 이름은 마을 뒷산의 모습이 누워 있는 소를 닮아서 붙은 것”이라며 “우리 마을은 인근에서 수확한 꼬막의 집산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낙조가 아름답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광객이 몰려들어 해넘이를 구경하는 명소로 변했다. 처음 찾았을 때는 썰렁하던 마을에 펜션·민박집이 많이 들어섰고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사진작가들이 모여들어 삼각대를 펴고 석양을 조준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순천의 아름다운 절이 어디냐”고 물으면 송광사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송광사는 천년고찰에 무소유로 유명했던 고(故) 법정스님이 소속됐던 절이라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기자에게 한다면 망설임 없이 ‘선암사’라고 대답할 수 있다.

선암사는 승주읍 조계산(曹溪山) 동쪽 기슭에 있는 절로 태고종 유일의 수행 총림이다. 기자가 이곳을 좋아하는 것은 절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보는 눈이 비슷한지 이 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에 오른 적도 있다.



소설가 조정래의 아버지가 스님으로 지냈던 이 절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 ‘만다라’ 등이 촬영된 것은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생각이다. 아름다움을 수치로 측량할 수는 없지만 선암사는 2018년 6월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그 아름다움을 공인받은 바 있다.

선암사는 백제 성왕 5년(527년) 아도화상(阿度和尙)이 창건한 후 처음에는 ‘해천사(海川寺)’라고 불리다가 도선국사가 중창한 후부터 선암사라 부르면서 1철불 2보탑 3부도를 세웠는데 이들은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선암사 승선교 다리 아래로 보이는 강선루. 계곡 위에서 선암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한 적도 있다.


이 절이 아름다운 것은 절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큰길에서 절까지 들어오는 진입로의 풍경도 한몫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단풍이 모두 떨어졌지만 가을이면 이 길은 울긋불긋한 단풍 터널이 하늘을 가리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 길을 꾸미는 풍경 중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길가에 있는 돌다리 ‘승선교’다. 아치형의 돌다리 승선교가 유명한 것은 냇가로 내려가 무지개 모양의 아치 밑을 바라보면 상류에 세워진 누각 강선루(降仙樓)가 다리 밑으로 절묘하게 들어오는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2~3월이면 경내에는 매화가 만발해 절을 찾는 신도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선암사에서 큰길로 나오는 길 왼편에 있는 순천 전통야생차체험관.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차 맛을 볼 수 있다.


절에서 나오는 길 왼편에는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질 좋은 야생 찻잎으로 우려낸 그윽한 차 한 잔을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다. 이 밖에 다식 만들기 체험 5,000원, 한옥 숙박(2~3인실 5만 원) 등도 할 수 있어 모처럼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다. 매주 월요일, 설·추석은 휴관이다. /글·사진(순천)=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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