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국형 우주발사체(누리호)의 1차 발사 때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된 원인은 비행 도중 고정 장치가 풀려 헬륨 탱크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보완 작업에 시간이 걸려 내년 5월 19일로 예정됐던 누리호 2차 발사는 7~8월 정도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29일 누리호 2차 발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내년 5월은 조금 어려운 것 같고 하반기 중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이끈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1차 발사 때) 설계 시 비행 가속 상황에서의 부력 증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향후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누리호는 10월 21일 고도 700㎞ 상공까지 순항했으나 3단 발사체의 엔진이 당초 예상보다 46초 일찍 꺼지는 바람에 위성 모사체(1.5톤)를 정상 궤도에 투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누리호의 이상 징후는 이륙 36초 후부터 나타났다. 3단 탱크 연결 트러스와 위성 어댑터 등에서 특이 진동이 계측됐다. 이때 헬륨 탱크에서 헬륨이 새어 나가기 시작했고 산화제 탱크 기체압력도 상승했다. 이륙 후 67.6초 뒤에는 산화제 탱크의 기체압력이 떨어졌고 산화제 탱크 상부 표면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이륙 후 115.8초 뒤에는 헬륨 탱크의 압력이 떨어졌으며 3단 산화제 탱크의 기체압력이 올라갔다.
조사위 측은 “비행 중 헬륨 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했고, 이때 고정 장치가 풀리면서 헬륨 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헬륨 탱크 고정 장치를 설계할 때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탈한 헬륨 탱크가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유출됐고 이후 산화제 탱크에서도 균열이 생겨 산화제가 새어 나갔다. 이로 인해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 양이 줄어들면서 3단 로켓 비행이 조기에 종료됐다. 산화체 탱크 개발은 항우연이 두원중공업과 함께했다.
최환석 조사위원장은 “비정상 비행 원인은 3단 엔진이 아니라 3단 엔진에 추진제와 산화제를 공급해주는 공급 시스템상에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며 “3단 7톤급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께서 최초의 성공을 기대했겠지만 실패 자체도 개발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조사위 활동을 통해서 매우 많은 기술을 축적한 성과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께 미국 스페이스X도 이번에 우리가 경험한 것과 동일하게 부력에 의해 헬륨 탱크가 부상해 산화제 탱크와 충돌하면서 폭발 사고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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