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 달여 동안 관련 상품 판매는 단 2건에 그쳤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시중은행 5곳이 올 7월 출시된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29일 현재 40건에 그쳤다. 잔액도 74억 2,200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달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인상했지만 최근 한 달간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에 신규 가입한 실수요자는 단 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상환액 고정형’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날 기준 월상환액 고정형 판매 유지 건수는 183건으로 지난달 25일 213건보다 오히려 30건 줄었다. 잔액도 264억 3,600만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시중은행 5곳 중 한 곳은 상품 출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상품을 판매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7월 본격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금리상한형과 월상환액 고정형 등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담대 상품을 내놓았다. 금리상한형은 금리 상승 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차주들의 금리 부담감을 최소화한다는 프리미엄이 붙다 보니 기존 주담대보다 금리가 0.20%포인트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지만 아직은 기존 주담대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한 상품을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월상환액 고정형은 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액이 늘어나면 원금 상환을 줄여 월간 원리금 상환액 총액을 유지해주는 게 핵심이다. 월상환액 고정 기간은 10년이다. 10년간 금리 상승 폭은 2%포인트, 연간 1%포인트로 제한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상품의 내년 흥행 여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이 내년부터 깎았던 대출 우대금리 일부를 되살리는 상황에서 굳이 기존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은 이 상품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가 복원되면 전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차주들은 당분간 금리 상한형 주담대를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연 1.75%까지 올린다면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담대가 재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 압박,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한은이 내년 2~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담대의 프리미엄을 누리려면 1년에 최소 0.75%포인트 이상 상승해야 한다”면서 “결국 한은의 금리 인상 횟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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