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와 이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를 논할 때면 늘 거론되는 나라가 있다. 1994년 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율 14.1%)에 들어선 뒤 11년 만인 2005년 초고령 사회(20.2%)에 진입한 이웃 나라 일본이다. 1995년을 기점으로 생산 연령 인구가 줄고, 총인구 역시 2008년을 기점으로 감소해 온 일본은 재정 악화·지방 쇠퇴와 그에 따른 경제·사회보장제도 정비 등 인구 위기와 관련한 각종 문제 및 대응 논의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했기에 국내 고령화 문제 해법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신간 ‘인구위기국가 일본’은 일본학 교수인 저자가 일본 인구 문제의 150년 궤적을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꼼꼼하게 분석한 책이다. 책이 전하는 ‘늙은 일본’의 앞날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저자는 2017년 신문기자 가와이 마사시가 펴낸 ‘미래 연표: 인구감소 일본에서 향후 일어나는 일’을 인용해 일본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을 소개한다. IT 기술자가 부족해 기술 대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노부모 병간호를 이유로 이직하는 사람이 대규모로 발생하며, 치매 환자는 700만 명 규모로 급증한다. 전체 주택의 3분의 1은 빈 집으로 버려지고, 지자체의 절반 소멸되는 등 충격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연표가 발간된 2017년 당시 ‘곧 마주할 미래’였던 전망 중 상당수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웃 나라의 위기가 우리에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출산율은 극단적으로 낮아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구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합계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다’고 인정하면서 국가의 인구 정책에 대한 기본 이념을 국민에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 결혼·출산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의 방식과는 상관없이 차세대 육성에 참여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그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육아의 사회화’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차세대 육성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야만 육아의 사회화에 들어가는 부담을 다 함께 감수하도록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일본 사회의 현실 진단과 해법을 바탕 삼아 한국이 가족 관련 사회 지출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새로울 것 없는 주제지만, ‘매 먼저 맞은’ 일본의 다양한 대응책과 성공·실패 요인에 대한 꼼꼼한 분석 만으로도 충분한 시사점이 있는 책이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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