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 단체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변하는 세계경제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임인년을 맞이하는 신년사에서 각기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 조금씩 달랐지만 성장과 발전이라는 공통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개혁해 기업이 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총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6개 경제 단체는 일제히 단체장 명의의 2022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던 경제 단체들은 이번 신년사에 미래 성장에 대한 결의와 더불어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어나가기 위한 정책 건의를 담아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신년사에서 “선진국이 된 한국이 세계 최고 강자들과 승부해 이겨내야 한다”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결기와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성장과 발전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 경영의 전 과정을 사회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며 “저출산과 같은 국가적 과제나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과제의 해결 방향에 부합해야 하고 이런 과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민관 파트너십의 형태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민관 협력은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은 따라가는 형태가 많았다”면서 “새로운 역할에 관심을 갖거나 성공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국가·사회가 기업 부문의 고민과 해법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민간이 제안하고 정부가 도와주는 협력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단체들은 규제 개혁에 대한 열망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내년은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대내 여건도 여의치 않다”며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놓았던 낡은 규제부터 혁파하고 기업들도 혁신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허 회장은 친환경과 비대면·디지털화로 산업 트렌드가 달라진 만큼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마음껏 진출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도 주문했다. 또한 그는 “특히 새해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해인 만큼 정부 당국도 변화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을 펼쳐 달라”고 언급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내년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며 “‘네거티브 규제(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로 전환하고 4차 산업혁명기 신산업 육성과 첨단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법률 규정이 불명확한데도 경영책임자에게 매우 엄한 형벌을 부과해 시행 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열 무협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환경 변화는 많은 경제주체 가운데 특히 기업에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구조적 전환기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 삼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중견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장들도 규제 개혁 요구에 힘을 보탰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급격한 수요 폭발에 대응해 주 52시간 근로제와 대체근로 및 탄력근로제를 산업 현장 위주로 개편하고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을 견인할 다양한 정책과 노동의 유연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노동과 고용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요구 등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하며 주52시간제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회장은 다수의 장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기업 승계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신산업 출연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도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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