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NH농협·IBK기업은행 등이 3일부터 의사 전용 신용대출에 예비 의사를 제외한다. 은행들이 전년보다 더 낮은 4~5%대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준수하기 위해 한층 강화된 대출 관리 방침을 들고 나섰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IBK기업은행 등이 3일부터 닥터론에 의대생, 의학전문대학원생,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를 제외한다. 통상 은행들은 닥터론에 의사뿐만 아니라 예비 의사들까지 포함해 대출한도, 금리 등에서 우대해왔다. 은행들은 “올해는 예비 의사들도 추정 소득을 심사해 연 소득 내에서 대출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은행에 앞서 우리은행은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면서 예비 의사와 예비 법조인의 경우 학자금 용도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비 의사도 생활비 목적으로 전문직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학자금 용도의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만 상품 이용이 가능하다.
은행들이 의대생, 국가고시 합격자에 대한 대출을 조이는 것은 금융 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에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대출 또한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구두로 전달했던 지침을 공문으로 명시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1,628조 원대로 추정된다. 증가율 목표치를 고려하면 올해 추가 대출 여력은 65조~97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 원 이상 줄어들게 된다.
올해 의치대생을 겨냥한 은행권의 홍보 경쟁도 자연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연말 연초 시행된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치대생을 대상으로 대출 영업을 강화해왔다. 우량 고객을 미리 선점해 여신 관리를 선제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A 은행 관계자는 “의·치대생들이 영업점에 찾아오기보다 대출모집인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가거나 카카오톡 상담을 통해 대출을 판매했는데 작년 중순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모집인 활동 자체가 대폭 줄었다”며 “올해는 의사 자격이 있는 개원예정의조차 실제 병원 여는 데 필요한 비용에 한해 제한적인 규모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