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주 트렌드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내리막길을 걸었던 위스키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섰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주류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술족'의 관심사가 와인을 넘어 위스키로까지 번지면서다. 이에 주류와 유통업계는 위스키 전문 매장을 다시 론칭하기 시작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1억 5,434만 4,000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위스키 수입액이 늘어난 것은 2014년 이후 7년만이다. 위스키 수입은 저도주가 주류업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2014년 김영란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급감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스키의 주요 판매처인 유흥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위스키 수입이 증가한 것은 2019년 기저효과에 더해 고가의 위스키를 소장하거나 집에서 홈파티용으로 구매하는 홈술족 증가, 아울러 하이볼을 즐기는 MZ세대의 취향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위스키 시장이 커지자 국내 주류업계와 유통업계는 다시 위스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롯메마트의 제타플렉스가 와인 전문숍인 ‘보틀 벙커’에 위스키 전문 코너를 마련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오픈날부터 위스키 동호회 등에서 방문해 한정상품 등 고가의 위스키를 구매해갔다”며 "남대문 위스키 시장에서도 찾기 힘든 맥켈란 쉐리오크 캐스크 18년 위스키는 36만원대의 가격임에도 오픈 후 곧바로 품절됐다"고 소개했다. 보틀벙커는 위스키 인기 등에 힘입어 론칭 3일만에 6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싱글몰트 숍을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지난해 12월 30일 입점한 아영FBC의 싱글모트 숍은 고든앤맥패일, 발베니, 벤로막, 글렌피딕 등 유명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부터 부띠끄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약 200여종의 다양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배치했다. 아영FBC 관계자는 “대형 유통매장에 위스키, 스피릿 만을 취급하는 전문매장을 오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싱글몰트 위스키가 최근 국내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현대서울도 지난해 12월 디아지오코리아 팝업스토를 열었다. 개점일인 17일에는 구매 대기 시간이 한 시간 이상 발생하는 오픈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305만원에 달하는 라가불린 26년이 완판되는 등 대다수 고가의 위스키가 품절되기도 했다. 신세계L&B가 트레이더스 등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버번 위스키 브랜드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론칭 한 달 만에 1만 1,200병 이상의 판매량을 돌파하는 등 대부분 유통업체의 위스키 판매량은 급증했다. 국내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도 반등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골든블루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652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위스키에 소다수를 타 마시는 하이볼, 칵테일 등에 대한 MZ 세대의 인기도 위스키 시장을 반등시킨 중요 요소다. 이마트의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 72.6% 늘었는데 이는 기획 상품으로 선보였던 하이볼 세트 등의 인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가격이 비싸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매출 변화가 큰 품목이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위스키에 음료를 타서 먹는 '하이볼' 해시태그가 40만건이 넘는 등 양주가 MZ세대 사이에 인기를 끌며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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