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을 65일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6일 선대위를 출범한 뒤 28일 만이다. 지지율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선대위 개편은 없다”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동의했다. 설 전에 반등을 꾀하지 못하면 정권 교체가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야권에서는 윤 후보 선출 뒤 두 달 동안 지지율을 까먹은 것 외에는 한 게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선대위는 3일 상임선대위원장·공동선대위원장·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영입한 김종인·김한길·김병준 등 ‘3김(金)’ 중에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만 남고 사의를 표한 것이다. 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 사퇴에 이어 사실상 선대위 상부 구조가 모두 공석이 될 위기 상황이 됐다. 물론 사의가 다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선대위 총사퇴 후 재구성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전폭적인 쇄신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날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의 전면적인 개편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조직 개편, 인적 쇄신은 없다’고 선을 긋다가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도 개편 발표를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대위는 곧바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윤 후보는 이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쇄신과 함께 윤 후보는 현재 이후의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의원총회에 돌연 등판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1월 말까지 원래 상황으로 전환시키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지역에 가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 했다”며 후보의 동의하에 진행되는 개편 작업임을 강조했다.
이번 선대위 전면 개면 카드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를 줄줄이 받아들었다. 특히 60대 이상 외의 다른 세대에서 모두 지는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2030세대와 6070세대로 민주당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역포위’돼버린 것이다.
이는 인재 영입 실패, 전략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인재 영입 사례는 20대 남자를 자극한 페미니스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과 ‘부정 선거론’에 우호적인 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또 그간 윤 후보가 부단히 일정을 소화하고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국민들의 국정 운영 능력과 비전 신임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허위 이력’ 의혹 관련 사과도 너무 늦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선대위의 구조적 변화 없이는 난맥상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가급적 기능적으로 교정해보려 했는데 그게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며 “비상한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개편은 속도전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내일 모레까지 끝내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편 방안은 ‘6본부장’에서 ‘총괄선대본부장’으로의 전환이 거론된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6개 총괄본부 체제에서는 통합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결국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후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선거 운동을 향한 우려에 대해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부족한 것이고 국민께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대책기구의 쇄신과 변화를 주어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주장해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정리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권성동 선대위 종합지원본부장은 전날 후보에게 6본부장 일괄 사퇴를 건의했다. 다만 당 사무총장직 사의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인적 쇄신은) 자연스레 뒤따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다시 선대위로 돌아올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표는 그간 선대위 복귀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2030세대 중심의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도 불참하며 말을 아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가) 어떤 형태로 최종 귀결될지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에 평가나 의사 표시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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