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해 2월부터 10개월여간 풍력 환경평가 전담팀을 구성해 풍력 환경평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41일로 직전 3년 평균보다 147일 단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절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다른 우리나라의 특성상 한 달 반도 되지 않는 기간에 환경영향평가를 끝내버려 신재생에너지 보급 성과에만 치중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다 여전히 낮은 풍력 발전단지의 주민 수용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평가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88일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1일로 크게 줄었다. 풍력발전 추진 대상지의 환경영향을 살피는 ‘풍력 사전 입지 진단’에 소요되는 시간도 3년간 평균 155일에서 지난해 11일로 단축했다.
하지만 풍력 발전단지의 주민 수용성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육상풍력발전단지는 산림 훼손과 소음 우려가 크고 해상풍력발전단지는 꽃게 어장 축소 등 어업권 피해가 불가피한데다 해양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하게 편서풍이 부는 유럽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에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계절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데다 발전단지 인근에 거주지가 있는 만큼 환경영향평가를 꼼꼼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각 부처에 신재생에너지 설치 성과를 요구하니 눈에 띄는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풍력 발전단지의 환경영향평가는 강화하고 있다”며 “설비 설치 후 운영을 20년 이상 하는 만큼 사계절 풍향의 변화에 따른 해양·육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도면밀하게 봐야 하는데, 40일은 지나치게 짧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준 것”이라며 “평가 전 풍향 변경까지 고려한 사전 컨설팅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풍력발전 추진 대상지의 환경영향을 미리 살피는 ‘풍력 사전 입지 진단’ 지원 사업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1건이었지만 지난해 3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풍력 발전설비 설치가 반려된 사례는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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