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용 임플란트 국내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048260)에서 직원이 회사 자금 1,880억 원을 빼돌린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상장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직원은 빼돌린 돈 1,880억 원 중 1,400억 원 규모를 주식 투자에 이용했고 약 1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는 회사가 범죄가 발생한 지 석 달이 다돼도록 이를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일 회사 자금관리부장 이 모 씨가 1,880억 원을 빼돌린 업무상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91.8%에 이르며 지난 2020년 벌어들인 영업이익(981억 원)보다 두 배 많은 수준이다. 국내 상장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횡령 사건으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주권 매매도 중단됐다.
회사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10월께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회사 자금을 개인 은행 및 증권 계좌로 이체했다. 은행이 회사 자금 담당자에게 매달 잔액 증명서를 보내는데 이 씨가 이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속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 연말 결산 내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이 씨의 상급자가 지난해 연말 관련 내역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이 씨를 고소했다.
개인 계좌로 넘어온 회삿돈은 이 씨가 주식 투자를 하는 데 사용됐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동진쎄미켐(005290) 주식 1,430억 원(지분율 7.62%)어치를 매수했다. 당시 동진쎄미켐과 삼성전자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가짜 뉴스가 퍼져나갔고 때마침 한 개인이 대규모로 매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파주 슈퍼 개미’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지난해 11~12월 여섯 차례에 걸쳐 주식 337만 주를 장내 처분했고 이를 통해 1,112억 원을 현금화했다. 다만 이 씨는 투자로 117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씨의 평균 매도 단가(3만 3,025원)는 평균 매수 단가(3만 6,492원)를 밑돈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이 씨는 동진쎄미켐의 지분 55만 주(지분율 1.07%)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파주 슈퍼 개미와 이 씨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급’ 횡령 사건에 업계 및 시장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막대한 자금이 개인 계좌로 넘어간 지 3개월이 되도록 회사가 모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온다. 여기에 회사 측은 이 씨의 개인 범죄라고 설명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회사 내부 회계 감독 시스템이 구멍가게 수준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자금 담당자의 특수성을 악용해 이 씨가 단독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담당 직원은 잔액 증명 시스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횡령 사건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동진쎄미켐은 8.43% 급락 마감했다. 이날 하루 동진쎄미켐의 거래 대금은 4,278억 원으로 국내 종목 중 세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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